신종플루 극복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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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전공의의 극복기
9월 28일 저녁, 서울의 S대형병원 정형외과 전공의(레지던트 1년차) 이종혁(27)씨는 퇴근 무렵 컨디션이 좋지 않다는 것을 느꼈다. 전날 마신 술이 무리가 됐나 싶었는데, 몸에 열이 나는 듯하더니 간헐적으로 기침도 나왔다.혹시 신종플루가 아닌가 싶어 마스크를 썼고, 화요일 오전 출근하자마자 응급실에 마련된 신종플루 대응팀을 찾았다. 열이 38도가 넘었다.
대응팀에서는 확진검사를 위한 검체를 채취하고 타미플루를 처방했다. 타미플루를 한 알 복용하고 있었더니 점심때쯤 '신종플루에 걸렸으니 집에 가서 쉬라'는 통보가 왔다. 얼떨결에 그날부터 추석 연휴를 포함해 일주일간 '가택연금'됐다고 이씨는 말했다.
이씨는 1~2년에 한 번 정도는 약한 감기를 앓지만, 격무에 시달리는 정형외과 수련 과정에서도 체력이 달렸던 적은 별로 없던 건강 체질이다.
이 병원 의사 중 처음 신종플루에 걸린 것으로 확인됐던 이씨는 큰 불안감은 없었지만 새로운 전염병인 데다 전파속도가 빠르고 사망자가 계속 나온다고 하니 마음에 걸렸다고 말했다. 의료진으로서 어떤 루트로 언제 감염됐는지 모른다는 것도 찝찝했다.
집으로 돌아가 침대에 누워 가만히 증상을 짚어봤지만, '보통 감기'와 다를 바가 없었다. 가장 먼저 나타난 증상은 발열이었고, 다만 보통 감기에 비해서는 열이 빨리 올랐다.
꼬박 5일간 아침저녁으로 타미플루를 복용하며 '요양'을 했다. 몸살로 꼼짝없이 침대에 누워 있어야 한다든지, 심한 발열로 헛것이 보인다든지 하는 심각한 증상은 나타나지 않았다. 미열이 있었고, 기침이 났다. 콧물이나 목 아픔 등의 증상은 없었다.
증상이 나타난 지 4일째인 목요일에서 금요일로 넘어가는 밤에는 으슬으슬하고 몸살 기운이 있었지만 금요일 오후부터는 몸이 가벼워졌고, 토요일쯤에는 정상체력을 회복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씨는 추석 연휴라 대구 집에 내려가 부모님도 뵙고 어머니가 해주는 따뜻한 밥도 먹고 싶었는데, 홀로 집에서 피자·자장면·짬뽕만 돌아가며 시켜 먹다 보니 잠시 증상이 심해졌던 것 같다고 했다.
집에만 있기 갑갑할 정도였다. 월요일에 '출근해도 되느냐'고 병원 감염관리실로 전화를 거니, '지침대로 일주일을 쉬어야 한다. 하루만 더 쉬다가 나오라'고 했다.
화요일부터 출근을 시작했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일주일간은 마스크를 쓰고 일했다. 이씨는 제 경험으로 비춰볼 때는, 감염력도 그다지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씨는 무엇보다도 혹시 환자에게 옮겼을까 봐 걱정이 컸다고 했다. 증상이 처음 나타난 월요일부터 격리된 화요일 오전까지 약 12시간 동안 마스크를 쓰긴 했지만 병동에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씨를 거쳐 간 환자 중에도 신종플루에 걸렸다는 환자는 없었다.
이씨는 지나친 공포감이 더 문제인 것 같다고 말했다. 보통 감기에 걸려도 며칠 정도는 앓는 게 정상이고, 남에게 전염시키지 않도록 조심하잖아요. 신종플루도 다르지 않은 것 같아요.
이씨는 신종플루는 영양보충 잘 하면서 푹 쉬고 개인위생에 신경 쓰면 금세 회복되는 '감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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