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훈 후보는 겉에서만 보자면 후보등록 마감에 임박해서 갑작스럽게 등장했다. 그래서 산별연맹대표자들이 통합후보를 논의해왔는데 특정 정파가 이를 뒤집었다는 비판도 많이 받고 있다. 하지만 김영훈 후보는 자신을 그런 시선으로 보지 말아달라고 주문한다.
김영훈 후보의 최대 장점이자 동시에 약점은 젊다는 것이다. 젊다는 것은 곧 경험이 부족하다는 의미도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영훈 후보는 경험은 부족하지만 그래서 더욱 패기 있게 일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내비쳤다. 김영훈 후보가 꿈꾸는 민주노총에 대해서 들어봤다.
통합후보 대의는 동의한다
- 출마를 결심한 계기는?
나는 철도노조 출신인데 운동이라고 해봐야 철도노동조합에서 산별, 그 정도로 일천하다. 지난 11월의 정당한 파업을 정권 차원에서, 대통령이 사실상 구사대 역할을 했다. 지금 160명을 해고하고 전 조합원을 징계하겠다고 하는데, 그걸 보며 전직 위원장으로서 무엇을 해야 하는가 하는 고민을 많이 했다.
그나마 건강하게 노동운동을 하고 있는 철도노조를 공격해서 그 결과로 민주노총의 심장부를 노리고 있다고 생각한다. 대통령이 모양 빠지게, 격이 떨어지게 그런 일을 하는데 철도 내에 있는 많은 동지들이 우리도 세게 붙어야 하지 않나 그런 고민을 하고 있다. 나는 철도노조 출신인데 운동이라고 해봐야 철도노동조합에서 산별, 그 정도로 일천하다. 지난 11월의 정당한 파업을 정권 차원에서, 대통령이 사실상 구사대 역할을 했다. 지금 160명을 해고하고 전 조합원을 징계하겠다고 하는데, 그걸 보며 전직 위원장으로서 무엇을 해야 하는가 하는 고민을 많이 했다. 그나마 건강하게 노동운동을 하고 있는 철도노조를 공격해서 그 결과로 민주노총의 심장부를 노리고 있다고 생각한다. 대통령이 모양 빠지게, 격이 떨어지게 그런 일을 하는데 철도 내에 있는 많은 동지들이 우리도 세게 붙어야 하지 않나 그런 고민을 하고 있다.
현재 노동정책이 파쇼에 가깝다고 본다. 이러한 이명박 정권 하에서 투쟁하는 조직의 투쟁을 총연맹 차원으로 끌어올리지 못하면 각개격파 당할 것이다. 투쟁했던 주체들이 나서서 전선을 만들어야한다는 각오가 있었다.
두 번째는 우리 민주노총에 대한 많은 이들의 걱정이다. 이대로는 안 된다. 어떤 이들은 민주노총을 침몰하는 배에 비유하는데, 선장이 누구냐에 따라 침몰하는 배가 아니라 핵잠수함이 될 수도 있다. 그런 차원에서 대단히 부족하지만 민주노총의 사회적 권위를 다시 복원시키고 그래서 민주노총이 변하기를 바라는 희망을 보여주고 싶다.
- 일부에서는 8일 오후에야 후보가 결정됐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후보 결정 과정을 이야기해 달라.
투쟁의 연장선상이다. 후보논의는 평가와 과제 중심이어야 한다. 여기에 적합한 세력은 어딜까 이렇게 가야한다. 어떤 역할이 됐든 아까 말했던 2가지 이유로 출마 고민해왔다.
혁신적인 통합 후보, 통합 그 자체를 위한 통합이 아닌 현재의 과제를 돌파할 수 있는 혁신적인 통합 후보가 나왔다면 출마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번 과정에서 정파들의 통합 논의가 초기에 깨져 버리고 산별위원장들이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 동분서주했고 이해관계를 넘어서서 통합 후보를 만들어내자는 그 충정은 이해한다.
통합후보론에 대해 말해보면, 이건 일반적 통합후보가 아니다. 허영구 후보가 출마했는데 허영구 후보를 빼고 통합한다는 것은 통합이 아닌 선거연합으로 보는 게 맞다. 통합후보를 산별위원장들이 추대했는데 어린 김영훈이 정파적 이해를 대변하기 위해 이걸 깨고 나왔다는 의견에 절대 동의 못한다.
민주노총의 과제는 정파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건강한 정파를 만드는 것이다. 세상을 바꾸겠다는 사람들이 정파가 없어져야 한다고 하는 것은 하수들이나 하는 짓이다. 잘못된 분파에 빠지는 것이 문제이다. 민주노총이 안 되는 이유는 두 가지다. 상층이 관료화 돼 있고, 정파는 분파화 돼 있기 때문이다. 혁신은 민주노총 간부들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이 두 가지가 건강하게 함께 가야한다.
지도자에게는 신뢰가 최대의 무기
- 8일까지 산별대표자들이 모여 통합후보를 논의했고 임성규 현 위원장을 통합후보로 결정한 바 있다. 통합논의를 뒤집고 출마한 이유는?
통합하자는 사람들끼리의 혁신적 추대가 이뤄졌다면 동의했을 것이다. 그리고 산별위원장들의 추대였다면 흔쾌히 동의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 결과는 임성규 위원장의 재추대로 나타났다. 1차적으로는 임성규 위원장에게 할 도리는 아니었다고 본다. 그 무게를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지도자의 말은 곧 무기이고 조합원들에게 그만큼 무거운 것이다. 우리는 때로는 잘못된 프레임에 갇혀 중요한 것을 놓친다. 물론 그간의 사정을 다 이해한다. 하지만 임성규 위원장 개인이 아닌 민주노총의 위상이 추락하는 것을 두고 볼 수 있는가? 보수 정권도 신뢰를 최우선으로 한다.
- 지난 11일 임성규 현 위원장이 후보와 함께 위원장직에서도 사퇴했다. 어떻게 보는지?
말씀 안 드리겠다. 이미 임 위원장의 심경이 드러나 있고 그 충정을 충분히 알기 때문에 누구라도 그 상황에서 무거운 짐이 됐을 것이다. 이미 고통을 많이 겪었고 지금 본인이 가장 괴로울 것이다. 내 운동원들에게 상대 후보를 비난할 시간이 있으면 MB에 대한 분노를 조직하라고 했다. 동의 안 되는 사람은 다 나가라고 했다.
권위 없이 무겁기만 한 옷 벗자
- 김영훈 후보는 스스로의 강점과 약점이 무엇이라고 보는가?
강점은 아까도 말했듯이, 민주노총의 현재 위기를 그나마 극복할 수 있는 후보다. 물론 내가 된다고 해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건 아니다. 그러나 이미 대중들이 마음 속으로 근본적 변화를 바라고 있다. 사람들이 날 보고 '신선하다, 민주노총이 변하는구나' 했으면 좋겠다. 물론 내가 그렇게 젊은 것은 아니지만. 촛불소년이 보기에 우리도 보수다. 권위도 없는 칙칙한 검은 옷, 무겁다. 이걸 깨자는 거다.
현재 민주노총이 처한 두 가지 문제, 중앙의 관료화와 분파를 해결할 수 있는 우리 슬로건이 '현장에서 준비된 승리하는 민주노총' 아닌가? 내가 위원장이 된다면 이장이 대통령 되는 거나 마찬가지라고 표현해 왔다. 운동하면서 나는 그간 정파에 속한 적이 없고 무소속으로 현장에서 커 왔는데 나 같은 그런 간부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다. 그래야 정파가 각성하고 사람을 키운다. 나도 그걸 보여주고 싶고, 당신들이 변해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단점은 몹시 많은데 내가 산별위원장까지는 했지만 총연맹 중앙사업을 해본 적이 없다. 심지어 사무총국의 면면도 잘 모른다. 지역본부 사업도 해보지 않았다. 이렇게 경험 부족이 큰 단점이겠지만 그러나 혁신의 관점에서 보자면 어디에도 치우치지 않을 수 있고 기존의 관계에서 자유로울 수 있고, 거침없이 현장의 의견을 대변할 수도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오래된 총연맹과 중앙에서의 식견과 전체를 보는 눈이 허 후보님의 장점이라면 내가 지향하는 민주노총은, 창조적인 아이디어와 끊임없는 도전정신이라고 본다.
- '무소속'이라고 하지만 특정 정파가 지지하면서 그 정파 소속이라는 소문도 있는데?
사실이 아니므로 얘기할 필요가 없다. 지지한다면 마다할 이유는 없다. 다만 정파운동이 없어져야 한다는 것은 하수들의 생각이다. 진보를 생각하는 이들에겐 이념의 자유, 양심의 자유가 최우선하는 가치인데, 운동하자고 모인 사람들이 뜻을 세우고, 동지를 규합하고, 조직을 만들고 그것이 운동의 기본이다. 물론 기존의 정파는 그것대로 평가 받아야 한다. 그렇다고 정파는 악이니 없어져야 한다는 것에는 동의할 수 없다.
사무총국부터 혁신하겠다
- 젊고 참신하다는 것은 한편에서는 강점이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경험이 부족하다는 것으로 보일 수 있는데 이를 어떻게 극복하실 것인지 대안이 있는가?
철도노조의 투쟁은 대정부 투쟁이다. 정권과의 싸움이다. 거기서 대변인에서 정책실장, 위원장까지 했고 현재 (민주노총) 위원장 후보까지 오른 것이다. 나는 정권과의 투쟁을 어떻게 해야 하나 나름대로 터득하고 있다.
KTX 비정규직 여승무원들을 전부 조합원으로 가입시키는 규약 개정을 단행했다. 그리고 비정규직과 정규직이 함께하는 총파업도 이뤄냈다. 지금 민주노총이 필요로 하는 것은 이런 경험들이라고 본다. 정권과의 관계에 대한 지략과 현장조합원들을 하나로 투쟁의 주체로 세우는 것.
그리고 다른 대공장들이 쇠락의 길을 걸었던 것에 비해 철도노조는 단 한 번도 투쟁의 흔들림이나 부침 없이, 물론 그래서 탄압도 많이 받고 있지만, 건강한 기풍이 있다. 나는 정파 문제에 대한 내부조정 경험이 많다. 지금의 민주노총이 필요로 하는 것이 바로 그것이라고 믿는다.
- 김영훈 후보는 상대적으로 인지도에서 많이 뒤지는데 이를 극복할 방안은?
허영구 후보는 훌륭하시고 그간 주요 간부로서 오늘의 민주노총이 있게 한 훌륭한 후보다. 앞으로도 좋은 결과가 있으시면 위원장이 될 것이다. 내가 그 분보다 뭐가 더 낫다고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허 후보님은 후보님대로 열심히 하시고, 나는 나대로 열심히 하겠다.
- 김영훈 후보는 그간의 민주노총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는지? 그리고 앞으로의 계획은?
가장 큰 문제는 상층의 관료화와 정파의 분파화다. 이것을 바로 세워야 한다. 관료주의를 혁파하는 것은 현장성 복원을 의미하고 또 인적 쇄신을 의미하기도 한다.
가장 안타까운 것은 총연맹의 기라성 같은 선배들이 진보·노동 운동의 전체전략을 고민해야하는데, 실무 와중에 집회 기획하고 그런다. 총연맹의 기능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총국을 혁신해야 하는데, 그렇다고 무작정 밀어낼 수는 없다. 경험과 그것에 맞는 역할을 줘야한다. 선배들의 경험을 살릴 수 있는 곳으로 배치해야 한다. 내가 위원장이 된다면 ‘두려워하지 말고 도전, 실험하라’고 총국에 요구할 것이다.
권위는 있어야 하나 권위 없이 무거운 것만큼 어리석은 것이 없다. 권위는 있되 재기발랄하게 했으면 한다. 세상을 바꾸자는 사람들이 세상 돌아가는 것을 모른다. 국민파라면서 국민의 마음을 모른다. 국민파는 국민파답게 현장파는 현장파답게 그렇게 혁신하자고, 1차적으로 총국에 그것을 강하게 주문할 것이다.
회의 길게 하지 말자
- 그동안 민주노총을 개혁·혁신하자는 주장이 많았지만 그 성공에 대해서는 회의적인데 그간의 시도들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평가하는가?
혁신이라는 말은 ‘가죽을 벗겨 새롭게 한다’는 뜻이다. 가죽을 벗겨서 새롭게 할 만큼의 각오가 지금 있나? 방법을 몰라서 못하는 것이 아니다. 각오와 결단이 필요하다. 가죽을 벗겨야 하는데 그런데 그게 쉽겠나? 그러려면 지도부가 두려워하지 말고 가죽을 벗자. 지도부가 해야 한다. 그것이 간부와 지도부의 역할이다.
제발 길게 토론만 하지 말고 생각해 와서, 회의 길게 하지 말고 정확히 판단하고, 회의 전에 3~4시간 고민하고 와서 회의에서 결단해야 한다. 아무 준비 없이 와서 그 자리에서 생각나는 대로 이야기하고 싸우고 그런다. 준비를 철저히 하고 안에 대해 고민하고 그날 와서 회의 자리에서 처음 봤다, 그런 얘기 하지 말자. 그것부터 바꿔 나가겠다.
- 민주노총에 대한 신뢰도와 리더십이 많이 약화됐다는 평이다. 그 원인과 대안은?
신뢰와 권위가 땅에 떨어졌다. 민주노총이 창립 15년으로 이제 청소년기인데 사춘기가 너무 길다. 우리 6기 집행부는 청년 민주노총을 지향한다. 사춘기 방황은 끝내고 청년 민주노총으로 진보진영 세력에, 시민들에게 우뚝 서자.
그러면 어떻게 해야 실추된 권위를 회복할 것인가? 날보고 언론에서 국민파라고 하는데 나는 동의한다고 했다. 국민과 함께하는 노동운동에 동의한다. 동시에 난 현장에서 커왔으므로 현장파다.
4월 총파업으로 노동법 개정이 되겠나? 조합원들이 믿지 않는다. 합법적인 철도파업도 불법화됐고, 한국노총은 새로운 노조법 시행령도 개입해 들어가는 데 이미 4월 총파업은 물 건너 갔다.
조합원들은 이 정권이 무너지지 않는 한 민중들의 삶, 진보운동도 변화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면 다가오는 5월 선거를 준비해서 개입해야 한다. MB의 레임덕을 가속화시키고 그 힘으로 국민들의 마음을 움직여 제도와 법을 개선해 나가야 한다. 그런 로드맵 없이 무슨 운동을 하겠다는 것인가?
과제만 정리해도 공약
- 김영훈 후보가 내건 공약은 어떻게 준비된 것인가? ‘현장에서 준비된 승리하는 민주노총’을 캐치프레이즈로 내걸었지만 그간 과정을 볼 때 준비된 공약으로 보이지는 않는데?
공약은 차별성도, 새롭게 만들어진 것도 없다. 할 일이 너무 많다. 바꿔 말하면 해온 것이 없기 때문에. 갑자기 만든 것이 아니고 공약은 이미 있었다. 그간의 과제를 정리했을 뿐이다. 대중들이 이미 알고 있는 과제를 나열했을 뿐이다.
현장으로부터 조합원들이 이미 알고 있는. 그거 하기도 너무나 버겁다. 공약은 이미 수년 전부터 있었다. 내가 뭘 어떻게 하겠다 말해도 조합원들에게 감동을 주지 못한다. 보수정치와 다름없다. 그동안 하지 못했던 것들, 해야 하는 데도 못했던 것들 그것들만 해도 3년이 버거울 것 같다. 표 얻으려고 얘기하고 차별성 때문에 얘기하고 그건 아니다.
- 총파업과 별개로 타임오프 상한을 결정할 ‘근로시간면제심의위원회’가 노·사·공익 각 5명씩 15명으로 구성된다. 이에 참여할 의향은 있는지? 또 향후 정부와의 관계는 어떻게 가져갈 생각인가?
현재로선 동의하지 않는다. 그 법안에 대해 동의하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로서는 후보 개인이지만 만약 앞으로 위원장에 당선 되면 방침이 어떻게 변할지 모른다. 후보로서는 동의하지 않는다.
내 경험으로는, 정부 내 의사결정 메커니즘이 있는데 그것을 알아야 한다. 정부라는 거대한 권력은 어떠한 메커니즘에 의해 운영되고 언제 어디에 방침을 내놔야 하는 것을 경험치로 알고 있다. 다시 말해 헛힘 쓰는 것이 없다는 것이다. 그만큼 어렵다. 철도노조에서의 경험을 대정부 관계에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이다.
“반갑습니다 민주노총입니다”
- 일부에서는 노동자들이 돈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고 가치지향이 사라졌다고 평한다. 또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민주노총에 대한 기대치는 높지만 직접 나서지는 않는다고 평하기도 한다. 현재 노동자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진부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반란을 꿈꾸자! 관성에 대한 저항, 무기력과의 결별이라고 말하고 싶다. 우리 조합원들이 패배를 두려워하지 말고 도전해야 한다. 역동성을 가져서 젊은 민주노총을 만들어 보자, 그 말씀을 꼭 드리고 싶다.
예전에 지하철에서 파업을 하는데, 경찰들이 무서운 것이 아니라 시민들이 눈초리가 두려웠다. 민주노총이 그 지경에 이르렀다.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반갑습니다. 민주노총입니다” 그런 우리 조합원이 되게끔 하고 싶다. 민주노총하면 곧 “서민복지”를 떠올리고, “반갑습니다. 민주노총” “잘한다. 민주노총” 이렇게 돼야 하고, 이걸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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