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동당에는 노동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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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지방선거와 노동자정치의 파탄
<노동전선>
민주노동당 창당과 의회주의
1987년 노동자대투쟁 이후 자본과 정권의 공세 속에서도 투쟁하며 꾸준하게 현장을 일궈 온 노동자들은 1996년 노동법 개악 저지 총파업투쟁(노개투)에 나섰다. 민주노총을 건설한 지 1년 째 되는 해에 전개한 총파업은 광범한 노동자 민중들의 지지를 받았다. 민주노총은 투쟁할 때 대중의 지지를 획득했다. 전노협과 민주노총으로 이어지면서 민주노조 운동의 전략목표로 세운 산업(별)노조 건설과 노동자 정치세력화는 현장투쟁에 기초할 때만이 가능한 과제였음을 실천적으로 보여주었다. 그러나 민주노총 상층부는 노개투 총파업의 성과를 곧바로 1997년 말 대통령선거에 출마함으로써 소진시켰다. 그리고 1998년부터 시작한 IMF 구조조정과 신자유주의 세계화 전략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그 이후 민주노총은 위력적인 총파업을 전개하지 못했고 노동운동은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다.
신자유주의 개혁세력은 민주노조운동 진영에서 많은 활동가들을 포섭해 갔다. 그들은 신자유주의 전도사가 되었고 신자유주의는 민주주의로 포장되었다. 노동자 정치세력화는 진보정당 건설을 통해서만 이루어진다고 주장한 민주노총 내 활동가들은 2000년 1월 민주노동당을 창당했다. 그리고 의회주의 전략에 빠져들었다. 많은 활동가들이 민주노총에서 당으로 이동했다. 민주노총에는 서서히 공동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민주노동당은 2004년 국회의원선거에서 10석의 국회의원을 배출했다. 이후 너나할 것 없이 국회의원 뱃지에 대한 기대감이 넘쳐흘렀다. 이후 민주당에 대한 비판적 지지에 앞장서던 세력들도 민주노동당으로 몰려들었다. 동시에 민주노총도 자주파 세력들에 의해 장악되기 시작했다. 민주노동당은 2012년 집권전략까지 만들면서 한층 고무되었다.
민주노동당에 대한 배타적 지지와 노동자정치의 실종
민주노총은 민주노동당 창당 이후 배타적 지지를 결정했다. 일부 반대의견이 있었지만 만장일치로 몰아갔다. 민주노총은 민주노동당을 통해서만이 정치세력화를 이룰 수 있다는 환상에 빠져들었다. 이후 의회주의 선거 전략에 매몰되었다.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본래적 의미는 퇴색되기 시작했다. 현장투쟁으로는 법과 제도를 바꿔낼 수 없고 따라서 권력을 잡아야 한다는 성급한 결론에 도달하게 되었다. 권력의 성격을 놓고 입장 차이를 드러냈다. 민주노동당 내부는 세력간 경쟁이 심화되었다. 패권주의와 종파주의가 심화되었다. 급기야 2008년 총선을 앞두고 민주노동당은 분당하였고 진보신당이 출범했다. 그 과정에서 민주노동당을 떠나 진보신당에도 합류하지 않은 많은 활동가들도 있다.
한편 특정한 정파의 패권주의는 상설연대체인 민중연대도 파괴시켰고 진보연대를 발족시켰다. 민주노총 우파집행부는 민주노총을 진보연대에 가입시키기 위한 시도를 끊임없이 전개했다. 그러나 좌파활동가들의 반발에 부딪쳐 실패했다.
2008년 이명박 정권 출범과 함께 미국산 광우병 소고기 수입 반대 촛불투쟁이 전개되었다. 그러나 정권의 공세로 촛불투쟁이 소강상태를 보인 하반기부터 상황은 악화되었다. 시민운동 수준에서는 이명박 자본독재정권의 탄압을 막아낼 수 없었다. 민주노총을 중심으로 한 대중투쟁 없이는 불가능했다. 그러나 민주노총은 대중투쟁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오히려 조직 내 성폭력사건이 터졌고 5기 집행부는 총사퇴했다. 2009년 초 보궐집행부가 들어섰지만 상황은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 투쟁조직보다는 사회연대노총을 표방하며 시민단체와의 연대에 몰두했다. 이명박 정권이 촛불이 되살아나는 것을 두려워한 나머지 광화문과 서울시청광장을 봉쇄했는데 민주노총은 경찰의 집회불허를 그대로 받아들인 채 여의도 외곽으로 밀려났고 집회와 시위조차 봉쇄당하고 말았다. 이는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오히려 경찰과 평화집회협정까지 맺고 있는 실정이다. 77일간의 쌍용차 파업투쟁이나 용산철거투쟁에서 민주노총은 투쟁의 중심에 서기는 커녕 제대로 된 연대도 못했다.
반MB 선거와 민주노총 투쟁 포기
2009년 말부터 시작된 복수노조 전임자임금 지급금지 투쟁은 정권과 자본의 일방적인 프로그램대로 진행되었다. 국회에서 날치기가 진행되고 있는데도 집회를 끝내고 조합원들을 돌려보낼 정도로 바닥을 드러냈다. 정권과 자본은 법과 제도적으로 쐐기를 박아나갔고 민주노총의 투쟁은 절실했다. 그러나 민주노총 새 집행부는 첫 시험무대인 근로시간면제심의위원회(근심위)에 참가했고 한국노총에 여러 차례 뒤통수를 맞으며 정권과 자본의 야합과 날치기에 처절하게 당했다. 그러나 그 때 뿐이었다. 현장은 상층이 하는 일의 수순을 아는 듯 분노하지도 않았고 무관심했다.
한편 전교조와 공무원노조에 대한 탄압도 강도를 더해 갔다. 그러나 제도권 내 합법주의에만 머무른 채 대중투쟁은 방기했다. 공공부문을 중심으로 단체협약을 해지하고 노조를 무력화시키고 있으며 금속노조의 투쟁사업장을 민주노총으로부터 이탈시키고 있다. 민주노총의 책임 있는 투쟁은커녕 지원 연대투쟁도 사라졌다. 현장이 알아서 하는 것으로 되어버렸다.
나아가 민주노총은 현장투쟁만으로는 이 상황을 돌파할 수 없다고 주장하면서 반MB지방선거에 몰두하고 있다. 고질적인 비판적 지지 망령이 되살아난 것이다. 그 과정에서 4월 28일 총파업을 천안함 사태를 빌미로 일방적으로 연기하였고 건설노조만 고립된 파업 상경집회를 했다. 그리고 민주노총 중앙집행위원회는 대의원대회 결정사항을 완전 무시하면서 총파업을 취소하는 결정을 내리고 말았다. 그리고는 6.2지방선거에서 반MB공동지방정부 요구까지 나아갔다. 내용적으로 민주노동당에 대한 배타적 지지를 넘어 민주당(국민참여당)에 대한 배타적 지지로 이어졌다. 국제적으로 다국적기업과 초국적 금융투기자본, 국내적으로 삼성재벌 등 재벌과 결탁해 한미FTA 등 신자유주의 정책과 제국주의 침략전쟁을 편 정치세력과 연대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작년 하반기부터 민주노동당으로부터 이탈한 진보신당을 민주노동당 내로 끌어들이기 위한 압박을 계속했다. 소위 진보정당 분열이 낳은 민주노총 내부분열을 방지해야 한다는 이유였다.
반MB 선거와 심상정의 유시민 지지까지
이를 위해 민주노동당에 대한 배타적 지지를 고수하면서 진보통합을 강제했다. 민주노총 조합원이라 하더라도 진보정당통합에 찬성하는 경우에만 민주노총 후보로 한다는 원칙을 내세웠다. 통합을 위해 노력한다는 의미에서 민주노총 위원장이 진보신당의 공동선대위원장도 맡았다. 그러나 실제는 민주노동당 중심이었다. 더욱이 반MB 선거승리를 위해 민주당(국민참여당)으로의 후보단일화를 시도했다. 수도권 민주노동당 광역자치단체장 후보들은 모두 사퇴했다. 그러면서 진보신당 후보들의 사퇴도 압박했다. 하기야 6.2지방선거 논의가 시작된 금년 초 야5당과 시민단체들은 반MB에 맞서기 위해 ‘5+4’선거연대기구를 만들고 단일화에 나섰다. 그러나 민주당으로의 단일화에 반대하는 진보신당은 이 기구에서 이탈했지만 지역적으로는 야5당 단일화가 진행되었다. 문제는 수도권이었다. 정부의 천안함 사건 발표 이후 보수진영이 한나라당으로 결집하면서 민주당과 국민참여당의 승리가 어려움에 처하자 진보신당 반MB주장자들은 수도권 광역단체장 후보들에게 노골적으로 사퇴압력을 가했다. 며칠 전 우파집행부가 장악한 민주노총 경기본부는 실질적으로 유시민 후보를 지지하는 정책연대를 맺었다. 민주노총 정치방침에 의하면 심상정 진보신당후보는 엄연한 민주노총 후보였다. 진보신당과 국민참여당을 동시에 지지하는 모양새를 드러낸 것이다. 그러나 내용적으로는 국민참여당 유시민 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한 심상정 후보 사퇴 압력이었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이 압력은 성공했다.
5월 30일(일) 진보신당 심상정은 유시민을 지지하면서 경기도지사 후보를 사퇴했다. 진보신당 당원들의 일부 반대가 있었지만 결과가 번복되지 않았다. 25년간의 노동운동과 10년간의 진보정치를 내세웠지만 단 한 순간에 그것을 지워버렸다. 진보신당 노회찬 대표(서울시장 후보)는 “고뇌에 찬 결단”이라고 평가했다. 레디앙 기사에서 진중권씨가 말했듯이 심상정은 은평구 국회의원 보궐선거와 경기도지사를 저울질하고 있었다. 경기도지사는 당선이 목적이 아니라 다음 총선에 국회의원으로 배지를 다는 것이 목적이었기 때문에 당연히 얼굴을 알리는 통과의례로 생각하고 있었을 뿐이었던가. 그렇다면 이번 사퇴는 다음 국회의원 선거와 관련된 거래와 천박한 정치공학일 뿐이다. 거창한 고뇌 운운은 때 묻은 보수정치인들의 반복이다. 하기야 이번 6.2지방선거에서 진보신당의 행보는 ‘5+4’선거기구 참여와 탈퇴 과정에서 내적 한계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신자유주의 세력에 진보정치 헌납
그들이 말하는 선거는 진보정치의 씨앗을 뿌리는 여정이 아니라 정치공학의 줄타기를 통해 작은 권력이라도 움켜쥐고 정치판에서 살아남으려는 몸부림이었다. 노동자들에게 정치후원금을 모금해 달라고 손을 벌리고 표를 몰아달라고 구걸하는 수구 보수정치인들의 행태와 하나도 다르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누가 진보정치세력의 대표를 하라고 한 적도 없고 또 누가 보수 자유주의자의 지지자로 변신하라고 한 적도 없으니 비난받을 일이 없다고 말할지 모른다. 그러나 노동자 민중을 팔아 진보정치 운운해 온 자들의 정치행보는 정말 역겹기 그지없다. 더 큰 문제는 진정한 노동자정치세력화를 내팽개치고 현장과 현장노동자를 의회주의와 출세주의자들의 도구로 사용한 행위이다.
이라크 민중을 살상하는 미제국주의 이라크 침략동맹군으로 파병하는 것도 모자라 이를 반대하던 민주노총을 비롯한 파병반대 국민행동 단체를 비난하고. 의료민영화를 찬성하고, 완전 무상급식을 비난하고, 새만금과 한미FTA를 지지하고, 외환은행과 쌍용자동차를 해외투기자본에 팔아넘기는 것을 지지하고, 비정규직악법을 지지하던 유시민과 그 세력들을 민주·평화·평등·생태·교육·복지후보라고 강변하고 있다. 민주당정권은 10년 동안 신자유주의 정책에 반대하고 생존권을 위해 투쟁하던 노동자 2,000여명을 감옥에 가두었다. 그 ‘잃어버린 노동운동 10년’ 동안 비정규직은 확산되었고 빈부격차는 확대되었다. 지금 OECD 통계가 말해주는 세계최장 노동시간, 최고 산재사망률, 최대 남녀임금격차, 최저 복지수준이 이명박 정권 2년 반 동안 생긴 일인지 묻고 싶다. 그들이 이명박과 한나라당을 향해 전쟁옹호세력이며, 환경파괴세력이며, 공공성파괴세력이며, 공교육과 복지를 망치는 세력이라고 주장할 수 있다는 게 경이롭다.
이명박 정권은 김대중, 노무현정권의 신자유주의 정책을 고스란히 이어받은 위에 4대강, 언론장악, 방송장악, 집회 결사 자유 억압, 노동탄압을 더 강도 높게 펼치고 있을 뿐이다. 이명박 정권의 브레이크 없는 신자유주의 무한질주를 가능케 한 것은 바로 민주당 정권이 10년 동안 닦아놓은 속도제한 없는 신자유주의 고속도로 덕분이다. 이런 자신들의 과거에 대해서는 거짓으로라도 한마디 사과 없이 이명박 정권을 파쇼로 몰면서 반MB로 표를 구걸하는 꼴이 가증스럽다. 더욱 비참한 것은 진보정치 운운하는 세력들이 그들에게 민주노조운동이나 진보정치운동을 통째로 갖다 바치는 꼴이다.
껍데기를 버리고 진정한 노동자 정치세력화가 요구된다!
춘궁기에 배(권력)가 고파 초근목피로 입에 풀칠을 하는 일이 있어도 봄에 뿌릴 씨앗까지 식량으로 사용하지 않는 게 농부의 심지다. 그런데 그 소중한 씨앗을 반민중세력의 입에 톡 털어 넣는다는 게 말이나 되는가? 말하기 좋아하는 호사가들은 87체제의 종말을 얘기한다. 그런 논리라면 87체제가 낳은 진보정치세력 역시 이번 지방선거를 통해 종말을 고해야 한다. 87체제의 종말을 말하는 자들의 논리는 노동자들의 대중투쟁의 종말을 원하는 것이다. 특히 자본주의 체제에 저항하는 노동해방투쟁을 포기할 것을 강요하고 있다. 전노협과 민주노총 정신을 빼앗아가겠다는 것이다. 시대가 변했으니 민주노총이나 민주노동당도 변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 달콤한 사탕발림은 자본이 노동운동이나 진보정치세력의 상층에 기생하는 출세주의자나 영웅주의자들에게 말한다. 노동자 민중을 짓밟을 테니 눈감아달라는 것이다. 상층 관료들에게 떡고물을 챙겨주겠다는 것이다. 공동집권이니 공동지방정부니 하는 소리가 바로 그것이다. 그것은 죽은 병사들의 무덤 위에서 훈장을 걸고 있는 장군들처럼 추악하다. 천안함 사건이 정부발표대로라면 도올 김용옥 교수의 말대로 적의 기습공격으로 부하들을 수장시킨 패잔병(장군)들이 계급장도 떼지 않고 나와서 기자회견을 하는 꼴이다.
현장 노동자들이 죽어가고 있다. 현장은 자본과 정권의 침탈로 민주노총을 이탈하고 붕괴당하고 있다. 반MB로 다시 민주당 정권이 잡으면 다 죽어가는 노조를 살려줄 것으로 믿는가? 일상 활동과 현장투쟁을 통한 노동자 정치가 아니라 오직 정당을 통한 의회주의 권력진출이나 권력쟁취만이 노동자 정치세력화라고 오도하는 것이다. 급기야는 자신의 정체성까지 모두 내팽개치면서 자본가 세력이나 보수주의자들의 품에 들어가 권력을 잡는 것까지 노동자정치세력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자신을 그렇게 괴롭히고 두들겨 패고 죽여도 아픈 줄 모르거나 아파도 다시 참으며 그들에게 복종하는 노예들처럼 적응하고 순응하는 것을 강요하고 있다. 그러나 87체제의 진정한 의미는 노동(자)정치를 통한 노동자정치세력화와 노동자들의 계급적 연대투쟁을 통한 투쟁하는 산업(별)노조 건설이다. 노동해방을 향한 진정한 노동자 정치가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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