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녀와 흑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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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녀와 흑진주, ‘대물림’이 나은 엇갈린 운명
출발부터 다른 그들...공정사회의 끝은 ‘자살’
윤지연 기자 2010.09.10 11:20
2010년 하반기 사회의 화두는 ‘공정사회’지만, 공정하지 못한 사건들이 연일 터지며 한국사회가 골머리를 앓고 있다.
명품녀는 자랑을 하지만, 취업준비생은 자살을 한다
이명박 대통령은 8.15 축사를 통해 ‘공정 사회’를 하반기 국정운영의 모토로 삼았지만 정작 정부의 내각 인사들은 탈세, 투기, 위장전입 등의 혐의로 대거 자진사퇴했다. 하반기 첫 국정운영부터 빛이 바랜 ‘공정 사회’는, 결국 ‘명품녀’ 김 모씨에 의해 국민들의 분노를 샀다.
지난 7일 Mnet ‘텐트인더시티’에 출연한 ‘명품녀’ 김 모(24)씨의 발언이 공정사회에 대한 국민들의 조롱에 기름을 부은 것이다. 김 모씨는 방송에서 “지금 입고 있는 옷이 4억, 목걸이가 2억, 자동차가 3억이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한국에 2점 들어온다는 VVIP 가방이나 할리우드 유명스타들이 매는 한정판 제품들도 모두 소유하고 있다”면서 “물건을 구입할 때 파리 본사에 가면 굳이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무직 상태인 그녀는 부모님 용돈만으로 호화로운 생활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결국 여론의 쟁점은 ‘부의 대물림’으로 맞춰졌다.
김 모씨가 방송에 출연했던 당일, 부산에서는 스물일곱 살의 청년이 자취방에서 시체로 발견됐다. ‘청년 실업자’로 6년 째 취업을 하지 못했던 김 모씨는 자살 한 달 만에야 어머니 이 모씨(52)에 의해 발견된 것이다. 자살한 김 모씨의 유서에는 “부모님께 미안하다는 말밖에 할 말이 없네요”라고 써 있었다.
전문대를 중퇴한 김 모씨는 2004년 군 제대 이후 직장을 구하지 못했다. 지난해 9월까지 부모님과 같이 살다, ‘아버지 보기가 미안하니 따로 살게 해달라’며 독립해 반 지하 방에서 혼자 생활해 왔다. 번번히 취업에 실패하면서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꾸려 왔지만, 전화비도 내지 못할 정도로 생활고를 겪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유명환 ‘권력의 대물림’ VS 흑진주 아빠 '가난의 대물림'
지난 3일, 대한민국은 또 한 번 ‘공정치 못한 사회’를 경험했다. 유명환 전 외교통장부 장관의 딸 유 모씨의 외교부 부정 특혜 의혹이 불거져 나왔기 때문이다. 국가 기관의 공직 또한 사기업 못지않게 대물림 되고 있다는 비난은 한국사회를 한 동안 들끓게 했다.
여론은 딸 유 모씨가 외교부 계약직 근무 당시 ‘외교부 내 3차관’이라고 불렸다는 외교부 직원들의 말을 전하기도 했다. 하지만 유명환 전 장관은 당시 “국민정서에 맞지 않는 부분은 있지만 장관의 딸이라 더 공정하게 심사했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특채 과정에서 불거져 나온 각종 의혹들로 유명환 전 장관은 결국 자진 사퇴를 결정했다. 사회에 ‘공직의 대물림’이라는 화두를 던져놓은 채 였다.
한편 지난 8일에는 ‘흑진주 아빠’라는 별명을 가진 황 모씨(40)씨가 부산 태종대에서 투신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황 모씨는 지난 2008년 10월 KBS [인간극장]에 출연해 ‘흑진주 아빠’라는 별명을 얻었다. 원양어선 기술자였던 그는 1997년, 아프리카 가나에서 만난 부인과 결혼해 한국에서 3남매를 낳아 키웠다. 하지만 2008년, 부인이 뇌출혈로 쓰러진지 3일 만에 사망하자, 공사장 일용직으로 일하며 남매를 키워왔다.
하지만 그는 결국 생활고를 비관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방송 당시, 남한산성에서 아이들과 열심히 살겠다며 소리친 지 2년 만의 일이었다. 그가 자살한 태종대에는 소주 1병과 신발만이 남아있었고,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여론은 황 씨의 사망소식과 명품녀를 비교하며 ‘양극화’와 ‘대물림’에 시선을 맞췄다. 명품녀와 유명환 전 장관과 같은 부와 권력의 대물림의 언저리에는 언제나 가난의 대물림이 있다는 것이다. 황 씨의 남겨진 삼남매는 명품녀 같은 ‘부의 대물림’도, 유명환 장관의 ‘공직의 대물림’도 아닌 ‘가난의 대물림’을 이어받을 수밖에 없다. 그것도 가장 기본적인 먹고 살 걱정부터 해야 하는 처지에 놓인 것이다.
‘출발’부터가 다른 그들
하루에 자살하는 사람만 마흔 두 명에 이르는 한국사회. 그 극심한 양극화로 인해 사회가 골병을 앓고 있다. 출발부터가 다른 ‘소속’의 차이는 결국 부와 권력이라는 차이로 심화되기 때문이다.
우위영 민주노동당 대변인은 “명품녀와 흑진주 아빠, 장관 딸과 신림동 고시생들의 출발선은 엄연히 다르다”면서 “그렇기 때문에 결과는 뻔하다”고 말했다. 임태희 실장의 “공평한 기회를 주되 결과를 스스로 책임지는 사회가 공정사회”라는 언급에도 비판을 가했다. 엄연히 출발선이 다른 사회에서, 결과를 스스로 책임지라는 것은 흑진주 아빠의 자살을 그 스스로의 책임으로만 돌릴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또한 우위영 대변인은 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오늘]에 출연해 무엇보다 “특권층을 없애는 것이 공정사회”라고 강조했다. 특히 권력층이 서민들에게 행하는 폭력을 문제 삼았다. 그는 “권력을 가지면 휘두르고, 책임을 지지 않으며 돈을 과시하려고만 하는 사회적 분위기는 사회적 폭력”이라면서 “사회적 박탈감, 소외감, 사회적 양극화의 문제들의 온상은 결국 권력자와 부유층이 유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친 서민 정책’이라며 각종 포퓰리즘 정책을 언급하지만, 정작 그들의 생존과 직결되는 정책에는 무관심하다. ‘부자 감세’에는 적극적으로 열을 올리면서도 최저임금과 최저생계비 등의 책정에는 소극적이다. 명품녀와 청년 실업자, 유명환 전 장관과 흑진주 아빠의 간극이 심화되는 것 또한 이 때문이다. 이에 대해 우위영 대변인은 “빈부 격차를 막기 위해서는 이중적 행보가 아닌, 전향적인 정책 전환이 따라야 한다”고 주장했다.
명품녀는 자랑을 하지만, 취업준비생은 자살을 한다
이명박 대통령은 8.15 축사를 통해 ‘공정 사회’를 하반기 국정운영의 모토로 삼았지만 정작 정부의 내각 인사들은 탈세, 투기, 위장전입 등의 혐의로 대거 자진사퇴했다. 하반기 첫 국정운영부터 빛이 바랜 ‘공정 사회’는, 결국 ‘명품녀’ 김 모씨에 의해 국민들의 분노를 샀다.
지난 7일 Mnet ‘텐트인더시티’에 출연한 ‘명품녀’ 김 모(24)씨의 발언이 공정사회에 대한 국민들의 조롱에 기름을 부은 것이다. 김 모씨는 방송에서 “지금 입고 있는 옷이 4억, 목걸이가 2억, 자동차가 3억이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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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한국에 2점 들어온다는 VVIP 가방이나 할리우드 유명스타들이 매는 한정판 제품들도 모두 소유하고 있다”면서 “물건을 구입할 때 파리 본사에 가면 굳이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무직 상태인 그녀는 부모님 용돈만으로 호화로운 생활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결국 여론의 쟁점은 ‘부의 대물림’으로 맞춰졌다.
김 모씨가 방송에 출연했던 당일, 부산에서는 스물일곱 살의 청년이 자취방에서 시체로 발견됐다. ‘청년 실업자’로 6년 째 취업을 하지 못했던 김 모씨는 자살 한 달 만에야 어머니 이 모씨(52)에 의해 발견된 것이다. 자살한 김 모씨의 유서에는 “부모님께 미안하다는 말밖에 할 말이 없네요”라고 써 있었다.
전문대를 중퇴한 김 모씨는 2004년 군 제대 이후 직장을 구하지 못했다. 지난해 9월까지 부모님과 같이 살다, ‘아버지 보기가 미안하니 따로 살게 해달라’며 독립해 반 지하 방에서 혼자 생활해 왔다. 번번히 취업에 실패하면서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꾸려 왔지만, 전화비도 내지 못할 정도로 생활고를 겪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유명환 ‘권력의 대물림’ VS 흑진주 아빠 '가난의 대물림'
지난 3일, 대한민국은 또 한 번 ‘공정치 못한 사회’를 경험했다. 유명환 전 외교통장부 장관의 딸 유 모씨의 외교부 부정 특혜 의혹이 불거져 나왔기 때문이다. 국가 기관의 공직 또한 사기업 못지않게 대물림 되고 있다는 비난은 한국사회를 한 동안 들끓게 했다.
여론은 딸 유 모씨가 외교부 계약직 근무 당시 ‘외교부 내 3차관’이라고 불렸다는 외교부 직원들의 말을 전하기도 했다. 하지만 유명환 전 장관은 당시 “국민정서에 맞지 않는 부분은 있지만 장관의 딸이라 더 공정하게 심사했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특채 과정에서 불거져 나온 각종 의혹들로 유명환 전 장관은 결국 자진 사퇴를 결정했다. 사회에 ‘공직의 대물림’이라는 화두를 던져놓은 채 였다.
한편 지난 8일에는 ‘흑진주 아빠’라는 별명을 가진 황 모씨(40)씨가 부산 태종대에서 투신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황 모씨는 지난 2008년 10월 KBS [인간극장]에 출연해 ‘흑진주 아빠’라는 별명을 얻었다. 원양어선 기술자였던 그는 1997년, 아프리카 가나에서 만난 부인과 결혼해 한국에서 3남매를 낳아 키웠다. 하지만 2008년, 부인이 뇌출혈로 쓰러진지 3일 만에 사망하자, 공사장 일용직으로 일하며 남매를 키워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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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는 결국 생활고를 비관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방송 당시, 남한산성에서 아이들과 열심히 살겠다며 소리친 지 2년 만의 일이었다. 그가 자살한 태종대에는 소주 1병과 신발만이 남아있었고,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여론은 황 씨의 사망소식과 명품녀를 비교하며 ‘양극화’와 ‘대물림’에 시선을 맞췄다. 명품녀와 유명환 전 장관과 같은 부와 권력의 대물림의 언저리에는 언제나 가난의 대물림이 있다는 것이다. 황 씨의 남겨진 삼남매는 명품녀 같은 ‘부의 대물림’도, 유명환 장관의 ‘공직의 대물림’도 아닌 ‘가난의 대물림’을 이어받을 수밖에 없다. 그것도 가장 기본적인 먹고 살 걱정부터 해야 하는 처지에 놓인 것이다.
‘출발’부터가 다른 그들
하루에 자살하는 사람만 마흔 두 명에 이르는 한국사회. 그 극심한 양극화로 인해 사회가 골병을 앓고 있다. 출발부터가 다른 ‘소속’의 차이는 결국 부와 권력이라는 차이로 심화되기 때문이다.
우위영 민주노동당 대변인은 “명품녀와 흑진주 아빠, 장관 딸과 신림동 고시생들의 출발선은 엄연히 다르다”면서 “그렇기 때문에 결과는 뻔하다”고 말했다. 임태희 실장의 “공평한 기회를 주되 결과를 스스로 책임지는 사회가 공정사회”라는 언급에도 비판을 가했다. 엄연히 출발선이 다른 사회에서, 결과를 스스로 책임지라는 것은 흑진주 아빠의 자살을 그 스스로의 책임으로만 돌릴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또한 우위영 대변인은 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오늘]에 출연해 무엇보다 “특권층을 없애는 것이 공정사회”라고 강조했다. 특히 권력층이 서민들에게 행하는 폭력을 문제 삼았다. 그는 “권력을 가지면 휘두르고, 책임을 지지 않으며 돈을 과시하려고만 하는 사회적 분위기는 사회적 폭력”이라면서 “사회적 박탈감, 소외감, 사회적 양극화의 문제들의 온상은 결국 권력자와 부유층이 유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친 서민 정책’이라며 각종 포퓰리즘 정책을 언급하지만, 정작 그들의 생존과 직결되는 정책에는 무관심하다. ‘부자 감세’에는 적극적으로 열을 올리면서도 최저임금과 최저생계비 등의 책정에는 소극적이다. 명품녀와 청년 실업자, 유명환 전 장관과 흑진주 아빠의 간극이 심화되는 것 또한 이 때문이다. 이에 대해 우위영 대변인은 “빈부 격차를 막기 위해서는 이중적 행보가 아닌, 전향적인 정책 전환이 따라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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