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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가 한진중공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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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부산지하철노동조합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748회 작성일 11-01-14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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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가 한진중공업입니다!

 

                                                                                                                           한진중공업 해고자 김진숙

 

스물한살에 입사해서

5년만 바짝 일하면 집도 사고 차도 사서 금의환향하리라 믿었던

여기가  한진중공업입니다.

용접슬라그에 얼굴이 움푹 패이고 눈알에 용접불똥 맞아도 아프다 소리도 못했던

여기가  한진중공업입니다.

손바닥이 찢어지고 철판에 깔려 두 다리가 다 부러져도 산재가 뭔지도 몰랐던

여기가  한진중공업입니다.

한달 잔업  128시간에 토요일 일요일도 없고 매일 저녁 8시까지 잔업에

그렇게 눈 딱 감고 살면 금방 부자가 될 줄 알았던

여기가  한진중공업입니다.

여름이면 그늘에 앉아 쉰내 풀풀나는 땀 젖은 작업복을 볕에 널고

겨울이면 동상걸린 손가락 발가락 문질러가며 딴 사람들도 다 이래 살끼야

스스로를 달랬던

여기가  한진중공업입니다.

두 다리에 다 기브스를 하고 누워있던

사람수보다 바퀴벌레가 휠씬 많던

환자밥도 안나오던 병원에 번갈아 죽을 끓여 들고오던 아저씨들이 계시던

여기가  한진중공업입니다.

한결같이 작업복 입고 출퇴근 하시며 한번도 서문앞 횡단보도를 벗어난 적이 없는 아저씨에게

아저씬 소원이 뭐예요? 물으니 안죽고 일하는거다 1초도 망설임없이 대답이 돌아오던

여기가  한진중공업입니다.

다친 동료들  문병 다니고 죽은 동료들 문상 다니는 시간이 잔업 다음으로 많았던

여기가  한진중공업입니다.

 

조합원들이 준 권력으로 조합원들을 억압하며 조합원들 위에 군림하던 어용노조가 지배하던

여기가  한진중공업입니다.

회사 눈치보다 노조의 눈치를 더 두려워하며 입이 있으되 말하지 못했던 어용노조 수십년

민주노조 세우겠다고 수십명이 해고 됐고

전과자가 됐고

훈련소 동기, 입사동기 박창수를 제 손으로 묻었습니다.

그 날, 제 청춘도 함께 솥발산에 묻었고

그렇게 저는 이곳에 들어올 수도 없고

벗어나지도 못한 채 저는 한진중공업을 맴돌았습니다.

정규직보다 훨씬 많아진 하청노동자들을 보면서 무력감을 느껴야 했고

명퇴라는 이름으로 쫓겨나는 아저씨들을 보면서 자괴감을 느껴야 했습니다.

이 곳에 올라와서 저는 오히려 편안함을 누립니다.

힘내라고 문자 보내주시는 아저씨들.

미안하다며 술먹고 우는 동생들.

이 추운 겨울날 온 몸으로 바람을 맞으며 크레인을 사수하시는 동지들.

찬바람 벗삼아 온종일 이 곳을 지키는 동지들.

여러 동지들 덕분에 저는 잘자고 잘먹고 있습니다.

걱정하시지 마시고 모두의 마음을 모아 승리하는 날.

그날을 손꼽아 기다리겠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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