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5호 크레인! 넌 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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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숙 민주노총부산본부 지도위원 아시죠?
지하철 교육원서 노동조합 강사로 활동하며, 조선소 얘기를 술술했던~~
최초의 여성용접공으로 한진에 입사 후 해고된 지 24년차 해고노동자.
새해 6일(목) 새벽 5시 40분께 홀로 85호 크레인에 올랐다고 합니다.
85호 크레인은 2003년 한진중공업의 구조조정 및 손배가압류 중단을 위해 당시 노조 지회장이던 故(고) 김주익 전 지회장이 129일 동안 고공농성을 하다 스스로 목을 매고 자결한 바로 그 크레인입니다.
며칠 뒤 곽재규 조합원이 또 투신자결을 했지요.
김진숙 지도위원은 2003년 이후 죄스러운 마음으로 지금까지 보일러를 단 한번도 켜지 못했다고 합니다. 2010년 2월에도 단식 24일을 했고, 노사는 구조조정(정리해고)을 중단한다는 합의를 한 바 있었습니다. 그런데 또 다시.........
회사는 2009년에 이어 2010년도 변함없이 경영악화(수주물량이 없어서)로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고 하는데, 영도조선소는 2년간 수주 0건, 필리핀 수빅조선소는 3년치 물량이 확보된 상황이며, 174억 주주배당, 수주담당 상무와 사장에겐 9개월간 2억여원을 임금으로 지급했다고 합니다.
노조는 “영도조선소 축소를 목표로 시나리오를 세우고 정리해고를 밀어붙이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아래는 크레인에 오르기 전에 쓴 편지글입니다........
전 한진 조합원들 없으면 살 이유가 없는 사람입니다
- 85호 크레인에 오르며
1월 3일 아침, 침낭도 아니고 이불을 들고 출근하시는 아저씨를 봤습니다.
새해 첫 출근날 노숙농성을 해야 하는 아저씨의 마음은 어땠을까요.
이 겨울 시청광장 찬바닥에서 밤을 지새운다는 가장에게 이불보따리를 싸줬던 마누라는 어떤 마음이었을까요. 살고 싶은 겁니다. 다들 어떻게든 버텨서 살아남고 싶은 겁니다.
지난해 1월 26일. 구조조정을 중단하기로 합의한 이후 한진에선 3천명이 넘는 노동자가 짤렸고, 설계실이 폐쇄됐고, 울산공장이 폐쇄됐고, 다대포도 곧 그럴 것이고, 300명이 넘는 노동자가 강제휴직 당했습니다. 명퇴압박에 시달리던 박범수, 손규열 두 분이 같은 사인으로 돌아가셨습니다.
그런데 400명을 또 짜르겠답니다. 하청까지 천명이 넘게 짤리겠지요.
흑자기업 한진중공업에서 채 1년도 안된 시간동안 일어난 일입니다.
그 파리 목숨들을 안주삼아 회장님과 아드님은 배당금 176억으로 질펀한 잔치를 벌이셨습니다. 정리해고 발표 다음 날, 2003년에도 사측이 노사합의를 어기는 바람에 두 사람이 죽었습니다.
여기 또 한 마리의 파리 목숨이 불나방처럼 크레인 위로 기어오릅니다.
스물한살에 입사한 이후 한진과 참 질긴 악연을 이어왔습니다.
스물여섯에 해고되고 대공분실 세 번 끌려갔다 오고, 징역 두 번 갔다 오고, 수배생활 5년 하고, 부산시내 경찰서 다 다녀보고, 청춘이 그렇게 흘러가고 쉰 두 살이 됐습니다. 산전수전 다 겪었다 생각했는데 가장 큰 고비가 남았네요.
평범치 못한 삶을 살아오면서 수많은 결단의 순간들이 있었습니다만 이번 결단을 앞두고 가장 많이 번민했습니다. 85호 크레인의 의미를 알기에...
지난 1년. 앉아도 바늘방석이었고 누워도 가시이불이었습니다.
자다가도 벌떡 벌떡 일어나 앉아야 했던 불면의 밤들.
이렇게 조합원들 짤려나가는 거 눈뜨고 볼 수만은 없는 거 아닙니까.
우리 조합원들 운명이 뻔한데 앉아서 당할 순 없는 거 아닙니까.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정면으로 붙어야 하는 싸움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전 한진조합원들이 없으면 살 이유가 없는 사람입니다.
제가 할 수 있는 걸 다해서 우리 조합원들 지킬 겁니다.
쌍용차는 옥쇄파업 때문에 분열된 게 아니라 명단이 발표되고 난 이후 산자 죽은 자로 갈라져 투쟁이 힘들어진 겁니다.
지난 일요일. 2003년 이후 처음으로 보일러를 켰습니다.
양말을 신고도 발이 시려웠는데 바닥이 참 따뜻했습니다.
따뜻한 방바닥을 두고 나서는 일도 이리 막막하고 아까운데
주익씨는... 재규형은 얼마나 밟히는 것도 많고 아까운 것도 많았을까요.
목이 메이게 부르고 또 불러보는 조합원 동지 여러분!
2011. 1. 6 김진숙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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