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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부산지하철노동조합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728회 작성일 11-05-04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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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라! '서울놈'들아


제 몫은 움켜쥐고 지방만 훈계하는 위선적 '중앙' 행태

우린 '이이제이'에 계속 당하려는가


 시간 앞에 장사가 없달까. 정부가 동남권신공항 백지화를 선언한 지 스무 날 가까이 되고 보니 하늘을 찌를듯 분노했던 지역 민심도 주저앉는 것 같다. 신공항의 가덕도 유치를 기원한 수천 개의 플래카드도 철거되고 보니 언제 유치 운동이 펼쳐졌는지조차 가물가물해진다. 하기야 정부는 그런 망각에 기대 백지화를 발표했던 게 아니겠는가.

그러나 우리가 뼛속 깊이 각인해 둬야 할 건 따로 있다. 이번에 보인 서울사람들의 반지빠른 행태 말이다. 저희들이 무슨 판관이나 된양 동남권 신공항은 철저히 경제논리에 따라야 하므로 백지화는 당연하다느니, 영남사람들이 지역 이기주의에 사로잡혀 이전투구를 벌였다느니 겨끔내기로 씨부려댄 소리들 말이다. '중앙'부처 관료에서부터 조선·중앙·동아일보와 KBS는 물론, 진보라고 자임하는 신문을 포함한 '중앙'언론, 그리고 정부의 주장을 검증없이 되풀이한 '중앙'의 지식인이란 자들이 그런 부류다. 신공항 건설에 따른 국가와 지역의 부담을 생각지 않을 수 없었다고 한 대통령의 사과도 부아만 채운 건 마찬가지였다.


각 지자체의 국책사업 쟁탈전을 목도할 때마다 떠오르는 이야기가 있다. 이도살삼사(二桃殺三士), 두 개의 복숭아로 세 명의 장사를 죽였다는 고사 말이다. 제나라 경공에겐 용맹한 장수 공손접, 고야자, 전개강이 있었는데 권세가 비대해져 국정에 부담이 됐다. 재상 안영이 꾀를 냈다. 임금이 참석한 연회석상에 먹음직한 복숭아 두 개를 가져다 바쳤다. 가장 공로가 큰 신하에게 상으로 내리십시오. 제 공이 크다고 여긴 공손접과 전개강이 하나씩 먹어치웠다. 그러자 경공이 황하를 건널 때 달려든 괴물을 잡아 죽여 공이 가장 크다고 자부하던 고야자가 분을 참지 못하고 제 목을 찔러 죽었다. 뒤늦게 부끄러움을 안 두 사람도 자결했으니 복숭아 두 개로 장사 셋을 제거했다는 이야기다.


대통령과 정부는 '동남권 신공항'이란 복숭아를 영남의 식탁에 던져 놓곤 부산과 대구, 경남과 울산사람들끼리 피투성이가 되도록 싸우는 걸 구경하고만 있었다. 그래 놓고선 너희 싸움이 너무 지나쳐서 아무에게도 못 주겠다며 복숭아를 도로 빼앗아 갔다. 더구나 복숭아값이 비싸서 애초 너희들 몫이 아니었다고 약까지 올리는 거다. '중앙방송'은 동남권 신공항을 무안, 양양 같은 시골공항과 동급에 놓고 경제성이 없다는 소리를 줄줄 뇌까린다. 지방 방송은 끄라는 거다. 타당성 평가 자체가 백지화를 위해 꿰맞춘 것이란 항변은 들은 체도 않는다.

그 잘나빠진 '중앙'들의 훈계 뒤에 숨은 목소리가 있다. 촌놈들이 어딜…. 잘 들어보라. 그 목소리는 '에코'로 왕왕거린다. 그 '촌놈'엔 부산, 대구, 광주는 물론 강원도의 두메산골도 다 들어간다. 서울 빼곤 죄다 촌놈들이다. 촌놈들이 영종도까지 오면 되지 뭔 신공항이냐는 거다. 인천공항이 입안됐을 때 다른 건 죄다 너희들이 가졌으니 국제공항은 부산에 다오. 너희들이 KTX 타고 부산 와서 국제선 타라고 했다면 '서울놈'들의 반응은 어땠을까.


노무현정권 때 충청도에 행정수도를 만들겠다니 벌떼처럼 정권을 공격해 결국은 헌법재판소 판결이란 형식으로 좌절시켰던 '중앙'이다. 공기업 지방 이전은 온갖 핑계로 미적거리고 명목뿐인 '수도권 개발규제'의 명줄까지 끊어 놓으려는 그들이다. 저희들 몫이 손톱 만큼이라도 침해받으면 펄펄 뛰는 것들이 지방에 대곤 온갖 교만과 위선을 떤다. 피둥피둥 살찐 서울 몫을 지방에 덜어 주는 게 분권이고 균형 발전이다. 과학벨트니, LH 이전이니 애초 지방 몫을 가지고 지방끼리 싸움 붙이는 게 균형 발전이 아니다.


지방도 이젠 정신 차려야 한다. 지방의 적은 지방이 아니다. 부산의 적은 대구가 아니며, 대구의 적은 부산이 아니다. 원래 지방 몫인 복숭아를 서로 차지하자고 조삼모사(朝三暮四)의 농간에 빠질 때가 아니다. 더는 이이제이(以夷制夷)에 당해선 안 된다. 지방을 업수이 보는 중앙정부, 중앙 언론, 중앙의 지식상인들과 싸우려면 지방이 연대해야 한다. '들어라 양키들아!'하고 외친 밀스처럼 우리도 '들어라 서울놈들아!'하고 외칠 줄 알아야 한다. 그들이 우리를 '촌놈'이라고 부르는 한은. 얻어 맞고서도 아픈 줄도 모르고 바보처럼 웃는 루쉰의 '阿Q'가 되고 싶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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