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남호의 매뉴얼 ‘지루하고 어눌하게 말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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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문회 대응방안 문건 ‘입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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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법을 지루할 정도로 느리고 다소 어눌하게 할 것”, “청문회 개최 여부는 자세히 몰랐다고 할 것”.
조남호 한진중공업 회장이 18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청문회에서 이런 내용이 담긴 ‘청문회 대응 매뉴얼’을 보면서 답변해 입길에 올랐다.
정동영 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청문위원들의 공격적 질의에 대비한 답변 키워드’ 문건을 보면, 답변 속도와 얼굴 표정, 호소 등에 대한 구체적인 지침이 나와 있다.
답변 속도에 대해선 “눈을 감았다 뜨고 심호흡 등 답변 속도를 조절. 인내력의 싸움임”이라고 돼 있다. 화법은 “의원 질문 후 답변 시작 전 간격을 둘 것(뜸을 들일 것)”이라며 ‘김빼기 전략’을 쓰도록 했다. 얼굴 표정에 대해선 “똑똑하고 날카로운 인상 지양(겸손한 자세)”이라고 적혀 있다. 호소할 땐 “아무래도 저희 회사가 제일 고통스러움을 이해해주시기 바랍니다”라며 ‘읍소 전략’을 쓰도록 했다. 부정적 답변을 할 때는 “사실이 아닌 걸로 알고 있습니다(‘아닙니다’ ‘예’ 등 즉답 지양)”라고 권유했다.
문건은 청문회 쟁점을 ‘출국 이유, 청문회 계획, 국회 경시’ 등으로 꼽았다. 의원들이 “고의적인 도피성 출장”이라고 공격할 경우엔 “출장은 선주와 약속된 일정이며, 수주 활동을 위한 불가피한 출국”이라고 답변하라고 ‘모범 답안’을 예시했다. 청문회 계획에 대해선 “개최 여부는 자세히 몰랐다”고 답하라고 했다. 정동영 의원은 “청문회에서 계속 커닝 페이퍼 써준 것을 읽을 것이냐. 재벌 총수가 이 정도밖에 안 되느냐”고 지적했다.
이지은 기자 jieu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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