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앞둔 지하철 역무원의 서글픈 노동 현실[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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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앞둔 지하철 역무원의 서글픈 노동 현실
무인 발매기 도입 후 역무원 대폭 축소
업무량↑..최근 3년 평균 돌연사 5.3명
명절이 다가오면 항상 뒷목이 뻣뻣해지는 증상부터 느끼기 시작하는 이유다.
그는 보통 오후 6시에 출근해 다음날 새벽 1시 업무를 마감하고 새벽 2시 잠자리에 들어 두시간 가량을 눈을 붙인다. 새벽 4시부터 지하철 승객을 맞을 채비에 나선다.
하지만 명절 때면 지하철이 새벽 2시까지 연장 운행하기 때문에 새벽 3시쯤 업무가 마무리된다. 고작 1시간 자고 일어나 아침 승객을 맞을 준비를 하다 보면 오히려 밤새는 편이 낫다는 생각 뿐이다.
아침 9시 파김치가 된 몸으로 집으로 돌아가도 대낮에 눈을 붙이기가 쉽지 않아 쌓인 피곤은 쉽사리 풀리지 않는다. 김씨는 이럴 땐 지난해 돌연사한 동료가 가끔 생각난다면서도 달리 뾰족한 수가 없다고 한숨을 몰아쉬었다.
19일 서울메트로에 따르면 서울 지하철 1-4호선의 120개 지하철역은 1800여명의 역무원이 관리하고 있다. 2009년 5월 무인 승차권 자동 발매기가 설치되기 전까지 2448명에 이르던 역무원은 600여명이 어디론가 사라지며 슬림화됐다.
일부는 설비 업무직으로 이동했고 일부는 퇴직했다. 하지만 줄어든 인원이 충원되지 않아 역마다 근무 인원은 5~6명에서 3.5명으로 대폭 감소했다. 1·2호선의 환승역이자 하루 수송 인원만 10만명에 이르는 혼잡역인 시청역을 관리하는 역무원도 4명에 불과하다.
역무원을 대신해 1880대의 승차권 자동발매기가 일하고 있지만, 기기관리업무도 남은 역무원이 떠맡게 돼 업무량은 오히려 늘었다.
여기에 고객 서비스가 강조되며 고객 만족 향상을 위한 업무도 늘었고, 용역회사가 맡았던 수납 업무도 역무원이 전담하게 됐다.
기존에 하던 게이트 안내와 함께 무임승차 승객 관리, 성추행 현장 단속, 소방 안전 점검, 엘리베이터, 에스컬레이터, 휠체어 리프트 관리까지 합하면 1인당 맡겨진 업무는 10가지가 훨씬 넘는다.
하지만 인력 보강은 그림의 떡이다. 올해만 75명이 퇴직을 앞두고 있고, 배정된 신입 역무원 규모는 30명 정도만 고려되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현재 3조2교대 근무 중 새벽 근무자는 법정 근로시간이 8시간을 초과하고 있다. 하지만 시간외 수당은 없다. 이상열 서울지하철 노조 교육선전실장은 교대 근무자는 비교대 근무자보다 13년의 수명이 줄어든다는 통계도 있다며 지하철역은 교대 근무가 없으면 운영이 어려운 상태라고 털어놨다.
최근 역무원의 돌연사 등으로 인한 사망사고가 심심찮게 발생하고 있다. 2009년 5명, 2010년 6명, 지난해 5명으로 평균 5.3명이 돌연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한 역무원은 가끔 취객이나 역내 난동 승객에게 얻어맞을 때 업무의 버거움을 느낀다면서 이대로 가다간 소리 없이 쓰러지는 역무원이 늘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지현 (ljh423@edaily.co.kr)
업무량↑..최근 3년 평균 돌연사 5.3명
[이데일리 이지현 기자] 서울 지하철 역무원 김철수(가명·48)씨가 맞이하는 설날은 '명절의 설렘'과 거리가 멀다.
김씨는 예년처럼 올해 설날도 오전에 잠시 가족의 얼굴만 본 뒤 근무해야 한다.
설날 당일인 23일과 이튿날의 경우 귀성·귀경객의 수송을 위해 새벽 2시까지 연장 근무도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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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보통 오후 6시에 출근해 다음날 새벽 1시 업무를 마감하고 새벽 2시 잠자리에 들어 두시간 가량을 눈을 붙인다. 새벽 4시부터 지하철 승객을 맞을 채비에 나선다.
하지만 명절 때면 지하철이 새벽 2시까지 연장 운행하기 때문에 새벽 3시쯤 업무가 마무리된다. 고작 1시간 자고 일어나 아침 승객을 맞을 준비를 하다 보면 오히려 밤새는 편이 낫다는 생각 뿐이다.
아침 9시 파김치가 된 몸으로 집으로 돌아가도 대낮에 눈을 붙이기가 쉽지 않아 쌓인 피곤은 쉽사리 풀리지 않는다. 김씨는 이럴 땐 지난해 돌연사한 동료가 가끔 생각난다면서도 달리 뾰족한 수가 없다고 한숨을 몰아쉬었다.
19일 서울메트로에 따르면 서울 지하철 1-4호선의 120개 지하철역은 1800여명의 역무원이 관리하고 있다. 2009년 5월 무인 승차권 자동 발매기가 설치되기 전까지 2448명에 이르던 역무원은 600여명이 어디론가 사라지며 슬림화됐다.
일부는 설비 업무직으로 이동했고 일부는 퇴직했다. 하지만 줄어든 인원이 충원되지 않아 역마다 근무 인원은 5~6명에서 3.5명으로 대폭 감소했다. 1·2호선의 환승역이자 하루 수송 인원만 10만명에 이르는 혼잡역인 시청역을 관리하는 역무원도 4명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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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고객 서비스가 강조되며 고객 만족 향상을 위한 업무도 늘었고, 용역회사가 맡았던 수납 업무도 역무원이 전담하게 됐다.
기존에 하던 게이트 안내와 함께 무임승차 승객 관리, 성추행 현장 단속, 소방 안전 점검, 엘리베이터, 에스컬레이터, 휠체어 리프트 관리까지 합하면 1인당 맡겨진 업무는 10가지가 훨씬 넘는다.
하지만 인력 보강은 그림의 떡이다. 올해만 75명이 퇴직을 앞두고 있고, 배정된 신입 역무원 규모는 30명 정도만 고려되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현재 3조2교대 근무 중 새벽 근무자는 법정 근로시간이 8시간을 초과하고 있다. 하지만 시간외 수당은 없다. 이상열 서울지하철 노조 교육선전실장은 교대 근무자는 비교대 근무자보다 13년의 수명이 줄어든다는 통계도 있다며 지하철역은 교대 근무가 없으면 운영이 어려운 상태라고 털어놨다.
최근 역무원의 돌연사 등으로 인한 사망사고가 심심찮게 발생하고 있다. 2009년 5명, 2010년 6명, 지난해 5명으로 평균 5.3명이 돌연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한 역무원은 가끔 취객이나 역내 난동 승객에게 얻어맞을 때 업무의 버거움을 느낀다면서 이대로 가다간 소리 없이 쓰러지는 역무원이 늘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지현 (ljh423@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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