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뉴시스】박광일 기자 = 지난 2월4일 오후 1시15분께 학교 수업을 마친 뒤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향하던 여중생 김모(15)양은 화들짝 놀랐다.
대구 지하철 2호선 현충로역을 지날 즈음 옆 자리에 앉아있던 한 20대 남성이 투박한 손으로 김양의 허벅지를 수차례 쓰다듬은 것이다.
김양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지하철 역사 내부에 설치된 CCTV 녹화 기록과 교통카드 이용 내역 추적 등을 통해 20여일 만에 범인을 붙잡았다.
지난 5월5일 부산 지하철 밤 10시께 부산지하철 1호과 3호선을 이용하던 승객들은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한 20대 남성이 인근 상가에서 훔친 LP가스통을 들고 부산 지하철 1호선 장전역에서 지하철에 탑승한 것이다.
그는 연산역에서 3호선으로 갈아타려다 이를 저지하던 승객 및 역무원들과 한바탕 소동을 벌인 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의해 검거됐다. 하마터면 대형 참사가 날 뻔 한 아찔한 순간이었다.
이처럼 최근 지하철 범죄와 각종 추태 등이 급증하자 서울도시철도공사는 지난 17일 서울 지하철 7호선 모든 열차 객실 내부에 CCTV 총 1008대를 설치했다.
지하철에서 범죄와 무질서 행위를 일삼는 사람들에게 경각심을 주고 건전한 지하철 이용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한 목적이다.
이에 따라 대구 지하철도 각종 범죄 및 무질서 행위를 예방하기 위해 열차 객실 내 CCTV를 설치해야 된다는 의견이 시민들 사이에서 솔솔 나오고 있다.
서울 지하철 7호선 열차에 설치된 CCTV는 운행 중인 열차에서 비상 인터폰이나 화재경보기 등이 작동하면 해당 열차 내부가 운전실과 종합관제센터에 즉각 표출되는 방식이다.
다만 사생활 침해 논란이 불거질 수 있어 CCTV 녹화 영상을 30일 이내로 보관하고 기간이 지나면 자동으로 삭제되도록 했다.
19일 대구도시철도공사와 지하철수사대 등에 따르면 지난해 대구지하철 1·2호선에서 모두 79건의 범죄가 발생했다.
이 가운데 폭력이 23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절도 20건, 성폭력 18건, 기타 18건 순 이었다. 범죄 건수가 많은 편은 아니지만 매주 1~2건씩 꾸준히 발생한 셈이다.
이 같은 지하철 범죄의 경우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발생하는 데다 범죄 혐의 입증 및 범인 검거도 어려워 열차 내 CCTV 설치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대구는 지난 2003년 2월18일 지하철 1호선 중앙로역에서 정신질환자의 방화로 192명이 숨지고 148명이 다친 참사의 아픈 기억이 있어 이 같은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게다가 2년 뒤인 지난 2005년 지하철 2호선 경대병원역에서도 이와 비슷한 방화미수 사건이 발생했으나 승객들의 저지와 시트에 설치된 난연재 덕분에 제2의 참사를 면하기도 했다.
경산에 사는 회사원 전병주(29)씨는 요즘 신문이나 TV를 통해 각종 지하철 범죄나 무질서 행위 등에 대한 기사를 자주 접하곤 한다며 이 같은 문제들을 예방하기 위해 지하철 열차 내부에 CCTV를 설치하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의견을 밝혔다.
중구 동인동에 사는 최미나(30)씨는 밤 늦게 퇴근할 때 지하철을 타면 취객들이 많아 가끔 불안할 때가 있다며 아무래도 열차 내에 CCTV를 설치하면 안심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구도시철도공사 관계자는 현재로써는 객차 내 CCTV 설치 계획은 없다며 다만 올해 서울 지하철 7호선의 객차 내 CCTV 운영 상황을 지켜본 뒤 향후 설치 여부를 면밀히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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