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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자의 편지4]공부 안해서 비정규직 됐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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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부산지하철노동조합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762회 작성일 12-12-15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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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 안해서 비정규직 됐냐고요?

안녕하세요. 내일 아침은 무척 춥다는데, 빙판길 조심하세요.얼마 전에 ‘신사의 품격’이라는 드라마를 봤습니다. 거기 남자 주인공들, 다들 참 잘 생겼지요? 그런데 그 드라마를 보니까, 여자 주인공이 남자 주인공한테 이렇게 얘기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저 오늘부터 신문에 나오는 사람 됐어요.” “신문?” “오늘부터 비정규직이거든요.”비정규직 문제가 크긴 큰가 봅니다. 드라마에 그런 대사도 나오고...


드라마 여주인공은 비정규직이어도 사장한테 할 말 다 하고, 알콩달콩 연애할 거 다 합디다. 그런데 우리 현실은 전혀 안 그렇지요.


사장한테 입 한번 잘못 벙긋했다간 우째 됩니까? 바로 잘리지요. 주휴수당 떼여도 달라는 말도 못하고, 생리통에 허리가 끊어질 것 같아도 조퇴는 말도 못 꺼내지요. 매장에서 입는 유니폼까지 자기 돈으로 사 입으라는데 싫다는 얘길 못합니다.


알바 청년들 잘 알겠지만, 커피숍에서 한 시간 내내 일해도 그 시급으로 커피 한 잔 못 마십니다. 레스토랑에서 하루 종일 스테이크 구워도 스테이크 하나 사 먹을 돈이 안 됩니다. 이런데 연애가 다 뭐고 낭만이 다 뭡니까? 개 발의 편자지요.


제가 청소노동잔데, 우리나라 청소노동자가 40만 명입니다. 그런데 이 사람들 관리자 감독한테 눈도 제대로 못 마주칩니다. 죽으라면 죽는 시늉도 해야 합니다.


지난 총선 때 진보신당 비례대표 후보로 전국의 청소노동자들을 만나러 다녔습니다. 대학교고 병원이고 관공서고, 청소노동자 만나려면 지하로만 가면 됩니다. 볕도 안 들어오는 퀴퀴한 휴게실에서 옹기종기 점심을 해 먹습니다. 청소노동자가 무슨 두더지입니까.


이런 일도 있었습니다. 제가 청소를 하는데 한 꼬마가 와서 “할머니는 어릴 때 공부 안 했어요?” 합디다. 꼬마가 뭘 알겠습니까. 어른들이 그렇게 얘기하니까 그런 줄 알았겠지요.


여러분, 어떻습니까. 그 어른들 말이 맞습니까?


비정규직은 노력을 안 해서, 공부를 열심히 안 해서 비정규직 되었다, 첨부터 노력해서 정규직 되지 왜 비정규직으로 들어와서 정규직 해달라고 떼를 쓰느냐....


정규직 일자리가 있어야 정규직이 되지요!


IMF 이후에 기업이 정규직 일자리를 자꾸만 비정규직으로 돌렸습니다. 어제까지 정규직이 하던 일을 갑자기 계약직으로 교체해버리고, 어제까지 본사 직원이 하던 일을 오늘부터 갑자기 용역회사 직원에게 맡깁니다. 일이 더 쉬워진 것도 아닌데 사람만 바꿨습니다. 그렇게 정규직 0%를 향해 가고 있습니다.


개인이 노력을 하느냐 마느냐 상관없이, 인건비 줄이고 노조 못 만들게 하려고 비정규직만 쓰고 있습니다. 그러니 일자리 경쟁은 더 치열해지고, 우리 청년들은 또 죽자 사자 스펙 쌓아야 되지요. 단군 이래 최대 스펙 갖고 편의점에서 바코드만 찍고 있습니다.


우리가 잘못한 게 아니고, 세상이 잘못되었습니다. 자본이, 정부가 세상을 이렇게 만들었습니다.


기업이 어째서 이렇게 맘대로 정규직 자르고 비정규직 쓸 수 있는지 아십니까? 바로 정리해고제 때문입니다. 법에는 회사가 당장 망할 정도로 힘들 때만 정리해고를 할 수 있다고 되어 있지만, 그 말은 지켜지지 않습니다. 쌍용차를 보세요.


대주주가 기술 투자를 안 해서 적자가 났으면서 책임을 노동자한테 다 떠넘겼습니다. 회계조작해서 곧 망할 회사처럼 부풀려서 노동자 절반을 자르고 대주주 상하이차는 먹튀해버렸지요. 정리해고 반대 파업하면 무조건 불법 되고 경찰이 들어가서 두들겨 패고...


휴직자 복직 시킨다는 약속 안 지켜서 사람들이 죽어나가는데, 회사는 그 자리에 하나씩 둘씩 비정규직으로 채우고 있습니다. 저한테 공부 안 했냐고 묻던 그 꼬마, 그 꼬마가 갈 회사는 과연 이보다 나을까요?


이러니 비정규직 문제 해결하려면 정리해고제부터 반드시 철폐해야 합니다. 그리고 노동시간 단축해서 일자리를 나눠야 합니다.


박근혜 후보, 문재인 후보!


비정규직 문제 해결하겠다 하면서 왜 정리해고에 대해선 아무 말도 안 합니까? 한쪽에선 맘껏 자르게 내버려두고 다른 쪽에서 차별을 없애니 뭐니 해 봐야 무슨 소용 있습니까?


저 김순자, 정리해고제 반드시 없애겠습니다.


정리해고 없애서 비정규직 철폐하고, 노동시간 주35시간으로 줄이고 유급안식년제 도입해서 일자리 나누겠습니다.


옛말에 모기도 천 마리가 모이면 천둥이 친다고 했습니다. 우리 비정규직 천만 명이 뭉치면 세상이 바뀝니다.


저 김순자와 함께, 일한 만큼 대접 받는 세상을 만듭시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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