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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자의 편지] 저는 대통령이 되려는 청소노동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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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부산지하철노동조합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854회 작성일 12-12-12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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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대통령이 되려는 청소노동자입니다.



안녕하세요.저는 김순자입니다.대통령이 되겠다고 나선 청소노동자입니다.며칠 전까지도 제가 속한 울산과학대에서 청소를 하던 청소노동자 김순자입니다.그런 제가 선거에 뛰어들었고, 후보 등록도 마쳤습니다. 저를 도와주시는 시민들, 청년들, 노동자들의 성원 덕분입니다.

국민 여러분,다른 후보들에 비해 너무나 보잘 것 없어 보이는 제가 왜 나왔는지 궁금하시겠지요.저는 민주주의가 다수 국민들이 바라는 뜻대로 정부가 행하는 것이라 알고 있습니다.그리고 높은 사람 낮은 사람 가난한 사람 부유한 사람 없이 평등하게 인권이 지켜지는 것이라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대한민국에 비정규직 노동자가 천만 명입니다. 영세 자영업자들이 육백만 명입니다. 청년백수라 불리는 청년실업자들이 백만 명, 통계에도 안 잡히는 실망실업자가 삼백만 명입니다. 이래저래 이천만 명이 미래에 대한 불안과 생활고를 안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들이 정말 살기 힘들다고 소리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이 민주주의 국가라면, 이천만 명이나 되는 국민의 뜻대로 정부가 행해야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이 많은 사람들의 인권과 안전이 평등하게 지켜지는 나라가 되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등록을 앞두고 저는 서울 강남구 포이동 재건마을을 찾았습니다.재건마을은 30여년 전에 넝마주이 생활을 하던 빈민들을 정부가 관리하기 편하도록 한 곳에 모여 살게 하여 만들어진 마을입니다.그런데 세월이 지나니까 관청은 왜 거기 땅을 불법으로 점거하고 있느냐면서 변상금을 물렸습니다. 판잣집 주민들이 변상금 때문에 가구당 1억 정도씩 빚을 졌습니다. 빚을 못 갚으니까 통장과 차량에 압류를 붙였습니다.

김용금이란 할머니는 고물 수집을 위해 트럭을 갖고 있는데, 트럭도 낡고 남편도 돌아가셔서 폐차를 하려 해도 2400만원의 압류금 때문에 폐차를 시킬 수 없었습니다. 폐차를 못 시키니 관청에서는 차가 있다는 이유로 기초생활수급권자로 인정해주지 않겠다고 합니다.

작년에는 불시에 화마가 마을을 덮쳐 판잣집들이 홀라당 불에 타버렸습니다. 주민들은 여름 내내 천막을 치고 살면서 주변의 도움으로 임시주택을 지었습니다.그런데 강남구청에서는 불법점거라며 새벽에 용역을 보내 사람이 살고 있는 집을 망치로 때려 부쉈습니다. 급히 도망친 아이들이 덜덜 떨면서 그 장면을 지켜봤습니다.

제가 재건마을에 가보니 마을회관 뒤로 우리나라에서 제일 비싸다는 고층아파트가 보였습니다. 아마 거기 집 한 채면 이곳 임시주택 전체를 사고도 남을 것입니다. 저는 묻고 싶습니다. 그 고층아파트에 사는 사람과 재건마을에 사는 주민이 다르게 취급되는 것이 과연 민주주의입니까? 어떤 아이는 부모를 잘 만나서 자동 냉난방에 무인경보기가 완벽하게 작동되는 호화성채에 살고, 어떤 아이는 고물 줍는 부모를 만나 판잣집에 살다가 새벽에 용역의 망치질을 피해 도망쳐야 하는 나라가 민주국가입니까?

국민여러분.

선거가 되니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이것을 하겠다, 저것을 하겠다는 정치인들이 많습니다. 시장을 찾아오고 노동자들의 농성장을 찾아와서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문제를 해결해주겠다고 합니다. 이제 됐습니다. 가난한 사람들, 노동자들을 위해 무엇을 해주겠다는 얘기는 신물이 나도록 들었습니다.

이제 가난한 사람들이 스스로 정치를 해야 합니다. 노동자를 위한 정치가 아니라 노동자가 직접 정치의 주체가 되어야 합니다. 그것이 다수 국민의 뜻대로 세상을 바꾸는 길입니다. 진짜 민주주의입니다.

저 청소노동자 김순자, 가난한 사람들과 함께 세상을 바꾸려고 선거에 나섰습니다.천만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목소리로 답답한 정치를 뒤집으려고 나섰습니다.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평등하게 소중하다는 진리를 저 귀 막고 눈 막은 사람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가장 낮은 곳에서 묵묵히 일하던 청소노동자가 ‘이제 그만!’하고 나섰습니다.

저 김순자를 지켜봐 주십시오. 그리고 청소노동자가 대통령이 되는 나라를 함께 만듭시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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