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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자의 편지 5] 정권교체보다 중요한 건 권리를 찾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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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부산지하철노동조합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895회 작성일 12-12-16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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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교체보다 중요한 건 권리를 찾는 것입니다.

이 선거가 끝나면, 누군가는 기뻐할 테고 누군가는 실망을 하겠지요.


제가 살면서 보니까, 기뻐했던 일이 실은 그다지 좋아할 만한 일이 아니고 실망했던 일이 또 더 좋은 일의 씨앗이 되는 경우가 참 많습디다.


제 나이 스물 여섯에 결혼해서, 남편은 주야 3교대로 성실히 일하고 저는 악착 같이 저축해서 5년 만에 작은 집을 한 채 샀지요. 얼마나 기분이 좋았겠습니까.


그런데 남편이 덜컥 간염에 걸려버렸습니다. 간은 피로하면 약해진다는데, 밤낮 없이 일하느라 그만 몸에 병을 키웠던 게지요.


간염이 간암으로 악화되면서 남편은 그만 세상을 떠났지요. 돈 모인다고 좋아했던 게 참 철부지 같은 일이었구나 하는 생각이 듭디다.


제가 2003년에 청소일을 시작할 때는, 그 일이 영 쪽팔리고 용기가 안 났습니다.


집 한 채 있는 것 담보 잡혀서 대출금으로 생활하다 보니까 자꾸 빚만 쌓여서, 일을 하기는 해야겠는데 나이도 쉰을 넘어 할 수 있는 일이 없더랬습니다.


그때 제가 나름 한나라당 부녀회장도 하고, 어디 계모임 있으면 계주도 하고, 김순자 하면 동네에서 제법 알려진 사람인데 청소노동자가 되는 게 쉽지는 않더군요.


그래서 첨엔 저녁 6시부터 밤 11시까지 야간만 했습니다. 아무도 내가 그 일을 하는지 모르고 딱 내 일이다 싶었습니다.


그 정도로 창피해하며 시작한 청소일인데, 어쩌다 보니 노조를 만들어 가지고 ‘정몽준하고 붙어 이긴 청소아줌마’란 이름까지 얻게 되었지요.


그 전에는 제가 있는지 없는지도 몰랐을 학교 총장님이 이제는 지나가다 만나면 인사도 꼬박꼬박 해주시고, 저도 교섭할 때 총장님한테 큰 소리도 치고 대등한 사람이 되었지요.


청소노동자가 부끄러운 게 아니라, 노동자가 자기 권리도 모르고 사는 게 부끄러운 거였습니다.


국민 여러분,엊그제 광화문에 박근혜 후보와 문재인 후보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많이 모였습니다. 우리가 많이 모였네 아니다 우리가 더 많이 모였네 하는 설왕설래도 합디다.


그 후보 중에 누군가 대통령이 되면 그이를 밀던 사람들은 기뻐하고 다른 이를 밀던 사람들은 좌절하겠지요.


하지만 저 같은 청소노동자도 너무 잘 압니다.


그 기쁨이 실망이 되고 절망이 되는 데 채 1년도 안 걸린다는 사실 말입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어떻게 뽑혔습니까? 그분한테 얼마나 기대 많았습니까. 그런데 노동자들의 눈물 닦아준다더니 닦아줬습니까.


또 이명박 대통령은 어떻게 뽑혔습니까? 투표 절반을 가져갔는데, 임기 시작하자마자 명박산성 쌓고, 양극화 더 심하게 만들고 비정규직 더 늘어나게 만들었지 않았습니까.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 시절이 잃어버린 10년이었다면, 이명박 대통령 시절은 그 10년을 한방에 갈아먹은 5년이었습니다.


기대했다가 실망하고 또 혹시나 해서 기대했다가 또 실망하고...


왜 자꾸 이런 일이 반복되겠습니까?


우리가 우리 권리를 스스로 찾을 생각을 안 하고 저들한테 맡겨 놓았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권리를 찾으려면 선거 한 번 치른다고 되는 게 아니겠지요. 이 사회를 숨어서 지배하는 재벌, 투기자본, 건설자본, 조중동, 기득권세력, 보수남성집단과 싸워야 합니다.


그런데 저 1번 2번 후보 중에 우리를 위해 죽기 살기로 싸워줄 사람 있습니까?


없다고 봅니다.


저 김순자, 전국을 돌면서 청년들, 영세상인들, 비정규직노동자들, 농민들, 성소수자들을 만나 그들의 얘기를 듣고 있습니다. 저는 그들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습니다.


우리의 처지가 부끄러운 게 아니고 우리의 권리를 포기한다면 그게 부끄러운 거라고요.


우리의 권리를 위해 뭉칠 때, 우리 스스로 권리를 주장할 때 세상이 바뀔 수 있습니다.


저 김순자를 지지해주시면 선거 결과에 실망하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1번 2번 후보를 지지하시면 여러분은 그저 표 한 장이 되는 거지만, 저 김순자를 지지하시면 여러분 스스로 씨앗 하나가 됩니다.


미래를 향해 무럭무럭 자라나는 희망의 씨앗이 되어 주십시오.


감사합니다.


7시간 일하는 세상 만드는 기호 7번 김순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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