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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자의 편지] 기본소득과 함께 당당해 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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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부산지하철노동조합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800회 작성일 12-12-14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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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소득과 함께 당당해 집시다.

안녕하세요. 날씨가 연일 추워지네요. 저는 선본 친구들이 뜨뜻하게 입으라고 옷을 잘 챙겨줘서 괜찮습니다. 여러분은 감기 안 걸리셨나요? 저는 날이 추워지면 독거노인, 노숙자, 중증장애인들 걱정이 많이 됩니다.


작년인가요, 포항에서 일흔 여섯 살 할머니가 단칸방에서 벌벌 떨다가 동사 직전에 구출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그 할머니는 영하 10도의 추위에 난방도 안 되는 방에서 휴대용 가스렌지를 켜놓고 생활했다 합니다. 가스가 떨어져도 아무도 몰랐다면 어떻게 됐겠습니까.


어디 독거노인 뿐입니까. 엊그제 대구에서 세 모녀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합니다. 엄마는 남편과 별거한 뒤 청소일 식당일 닥치는 대로 했는데 엎친 데 덮친다고 그만 뇌종양 말기 판정을 받았답니다. 그래서 일을 못하니까 나라에서 생계급여 97만원을 줬습니다. 세 식구가 97만원 갖고 우째 삽니까?


엄마 마음이 어땠을까 생각하면 저도 마음이 너무 아픕니다. 자기가 병으로 죽고 나면 그 애들을 누가 돌보겠노... 고마 나랑 같이 가자, 이랬을 것 같습니다. 저도 남편이 병으로 떠나고 애랑 저만 덜렁 남으니까 하늘이 노랬습니다.


우리나라 복지제도, 구멍이 숭숭 나있습니다. 조금이라도 소득이 있으면 생계급여가 뚝 끊깁니다. 한달 내내 청소해도 100만원 받을까 말까 하는데, 그거 받는다고 생계급여 안 줍니다. 생계급여 받으려면 그나마 100만원 받는 일자리 그만 둬야 합니다.


이러니 가난을 벗어나고 싶어도 어떻게 벗어나겠습니까? '니는 100만원 인생이니까 그렇게 평생 살아라‘ 그 얘깁니까? 또 생계급여 받으려면 동사무소 가서 일일이 설명해야 합니다. 내가 얼마나 가난뱅인지, 나를 부양해줄 가족이 있는지 없는지, 집은 월센지 전센지... 가난한 것도 서러운데 발가벗고 다 보이라 합니다.


대한민국, 좀 달라져야 합니다. 찔끔찔끔 복지로 힘든 사람들 그만 좀 울려야 합니다. 그런데 박근혜 복지나 문재인 복지나 차이가 없습니다. 찔끔찔끔이냐 짤끔짤끔이냐 차이 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저 김순자는 복지를 확 바꾸겠습니다. 국민 모두에게 기본소득을 지급하겠습니다. 한달에 33만원씩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기본소득을 주겠습니다. 4인 가족이면 한 달에 약 130만원을 줍니다. 니 진짜 가난하나, 니 집은 있나 없나, 그런 거 안 따지겠습니다. 기본소득 주니까 지금 하는 일 그만두라고 하지도 않습니다.


청소노동자도 주고, 회사원도 주고, 아이들도 주고, 어른도 주고, 무명가수도 주고 소녀시대도 줍니다. 소녀시대 멤버 중에 다섯은 주고 넷은 안 주고 그런 거 없습니다. 대한민국 국민은 다 기본소득을 받습니다.


대한민국 헌법에 '모든 권력은 국민에게서 나온다' 안 했습니까? 국민이 모두 주권잔데 누군 주고 누군 안 주고 차별하면 되겠습니까. 여러분, 이런 게 진짜배기 보편복지 아닙니까? 진짜배기 민주공화국 아닙니까?


그런데 기본소득은 그것만이 아닙니다. 기본소득으로 질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 수 있습니다. 비정규직 불안정 일자리 사라지게 할 수 있습니다. 기본소득이 있으면 그만큼 덜 일해도 됩니다. 한달에 33만원을 준다 하면, 최저시급 1만원으로 올린다 할 때 한달 33시간 일을 안 해도 됩니다. 일을 덜 하니까 일자리를 그만큼 나눌 수 있고, 일을 덜 해도 기본소득이 있으니까 생활이 유지됩니다.


그냥 저절로 되겠냐고요? 아니지요. 제가 대통령이 되면, 기본소득 주면서 노동시간은 법으로 단축시키겠습니다. 기업이 하루 7시간, 주당 35시간 이상 일 시키지 못하게 하겠습니다. 야간노동 철저히 금지하겠습니다.


그러면 노동자는 지금보다 더 많이 쉴 수 있고, 노동시간이 줄어드니까 일자리를 나눌 수 있습니다. 일자리가 늘어나고, 기본소득도 있고 법정최저임금 1만원으로 올라가니까 지금처럼 울며 겨자 먹기로 계약직 비정규직 전전하지 않아도 됩니다.


제가 울산과학대에서 노조 만들고 투쟁할 때 학생들한테 서명 좀 해달라고 하니까 그 친구들이 “아지매 우리 이런 거 하면 취직 못합니더.” 합디다. 현대한테 찍힐까봐 눈치만 봅디다.


청년들 기가 왜 이렇게 꺾였습니까? 왜 옳은 거 옳다고 말도 못하게 됐습니까? 취직이 너무 힘드니까 눈치보고 몸 사리고 그러는 것 아니겠습니까? 우리 청년들, 기본소득 있으면 세상에 겁먹을 필요 없습니다.


기본소득 있으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좀 더 당당해질 수 있습니다.
온 국민이 가슴 펴고 사는 나라, 사람답게 사는 나라를 김순자가 만들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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