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경화에 맞선 계급적 좌파 노동운동
- 권력 찬탈과 불법으로 얼룩진 민주노총 7기 임원 선거
허영구(좌파노동자회 대표, 전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
1. 좌파 위원장을 용납하지 않는 민주노총 상층권력
3월 20일 57차 대의원대회에서 이갑용후보는 다수의 산업노조, 연맹 위원장의 지지를 받은 백석근 후보에 승리했지만 과반수를 얻지 못했다. 여기서부터 비정상적인 상황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하기야 그들 입장에서는 이갑용후보가 1등한 것이 비정상적이었을 것이다. 좌파진영의 공식적인 지지하나 없이 민주노총 대의원 900여명 중 고작 3~4명에 불과한 좌파노동자회 후보가 산업노조·연맹 위원장 다수가 지지하는 후보를 이길 수 있다는 것은 꿈에도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다. 따라서 1차 투표에서 당연히 백석근후보가 당선될 것으로 생각했고 이갑용후보가 당선되거나 당선자가 나오지 않는 상황은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변이 일어났다. 민주노총 몰락 직전, 10년 만에 좌파 위원장이 탄생이 임박했다.
이 날 당황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중앙선관위)는 긴급회의를 열고 대회장에 남아 있는 대의원들에게 1등한 이갑용 후보를 놓고 찬반투표를 실시하겠다고 선언했다. 그 동안 민주노총 위원장 선거에서 몇 차례 결선투표와 촤종 1등한 후보에 대한 찬반투표가 있었다. 그러나 백석근 후모를 지지했던 상당수 대의원이 자리를 뜬 상태였고 어림짐작으로도 의결정족수에 턱없이 모자랐다. 현장대의원의 항의가 쏟아졌고 대의원대회는 휴회됐다. 대의원대회에서 민주노총 위원장을 뽑지 못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이미 이때부터 이갑용 후보의 당선을 막기 위한 모종의 음모가 진행되고 있음이 감지되었다. 작년 하반기 내내 좌파노동자회는 민주노총 직선제를 쟁취하기 위해 투쟁했다. 급기야는 금년 초 직선제를 관철하기 위해 민주노총 위원장실 점거농성을 전개하기도 했다. 그 동안 직선제가 연기되는 데는 산업노조·연맹의 무책임과 책임회피가 주요 원인이었다. 임성규, 김영훈 집행부는 직선제 기금 20억 원을 한 푼도 적립하지 않고 유용하고 없었다. 그런데 직선제 투쟁의 중심에 서 있던 좌파노동자회 소속 이갑용후보가 직선제 실시와 지역본부강화를 내걸고 위원장에 출마했고 당선될 상황이었다.
그런데 며칠 뒤 중앙선관위는 입장을 바꿔 차기 58차 대의원대회에서 1위 이갑용, 2위 백석근 후보를 놓고 다시 재투표를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그들은 규정을 들먹이기 시작했다. 민주노총 법률원까지 동원해 규정에 따른 유권해석이랍시고 떠들어댔다. 당시 민주노총 선거관리통합규정 제2편(간선제)27조(당선)②항은 “위원장, 수석부위원장(규약에 잘못 삽입된 내용), 사무총장 입후보자에 대해서는 1차 투표에서 입후보조 중 출석 대의원 과반수 득표자가 없는 경우 최다득표자 및 차점자에 대하여 2차 투표를 실시하며, 2차 투표에서도 과반수 투표자가 없는 경우 최다득표자에 대하여 신임투표로 결정한다.”고 되어 있었다. 중앙선관위는 규정이 2인과 3인 이상의 출마로 구분되어 있어야 하는데 규정 자체가 부실하다고 인정하면서도 어쩔 수 없다고 우기기 시작했다. 백석근 후보도 중앙선관위의 결정에 따라 다시 후보자격이 있다며 버티기 시작했다. 아무런 명분도 없는 일이었지만 20여 일 동안 혼란이 지속되었고 상대 후보는 결국 사퇴했다.
통합선거관리 규정1편(직선제) 제 88조(임원의 결정, 공고, 통지) ②항에는 “과반수를 득표한 후보자가 없을 경우, 입후보자가 3인 이상일 경우에는 최고 득표자와 차점자에 대하여 재투표를 실시하여야 하며, 그럼에도 과반수 득표자가 없을 경우 3차 투표로 최고득표자에 대한 찬반투표를 실시한다. 단, 후보가 2인 이하일 경우 1차 투표에서 관반수를 득표한 후보가 없을 경우 최고 득표자에 대해 찬반투표를 실시한다.”고 제대로 되어 있다. 통합선거관리규정의 맥락으로 볼 때 간선제 규정은 내용의 ‘누락’이 분명한 데도 곧이곧대로 해석한 것이다. 그런데 중앙선관위는 57차 대의원대회 당일에는 그 동안의 관행이나 직선제에 있는 조항처럼 1등한 이갑용 후보를 놓고 찬반투표를 하겠다고 선언했다. 며칠 후에는 간선제 규정을 자기 우리한 대로 해석하며 이갑용 후보의 사퇴를 압박했다. 좌파 위원장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불법과 폭력이 예견되었다.
2. 노골적인 권력 찬탈압박
4월 23일 58차 대의원대회는 이갑용 후보에 대한 찬반투표를 위해 개최됐다. 물론 이때까지 통과하지 못한 2013년 사업계획과 예산도 안건으로 상정되었다. 57차 대의원대회가 민주노총 임원경선 사상 가장 낮은 62.1% 참석률을 기록했는데 찬반을 묻는 58차 대의원대회는 50.8%라는 역대 최악의 참석률을 기록했다. 당연히 백석근 후보를 지지한 대의원의 참석이 저조했다. 또 자신의 정파후보를 내지 않은 대의원들은 아예 참석을 안 했거나 선거를 무산시키려는 의도로 일단 참가한 것뿐이었다. 아니면 지역본부장이라는 직책 때문에 의사정족수는 채우되 투표할 때는 양심의 자유(?) 운운하며 자리를 뜰 요량을 하고 있었다.
결국 이들의 작전은 성공적으로 진행됐다. 의사정족수가 성립되어 후보자유세 후 투표에 돌입했으나 25명이 투표를 하지 않아 투표인 서명부로 과반수에 미달했다. 선관위 규정이 부실하다고 스스로 인정했고 관행과 규정을 왔다 갔다 했던 선관위원장은 투표 직전 대의원들에게 규약과 규정을 말하며 관행에 따라 투표인서명부에 서명한 숫자를 의결 정족수로 확인하겠다고 선언했다. 규약과 규정은 물론이고 회의규정조차 문건으로 받아들었거나 제대로 알지 못하는 대의원들은 이처럼 쏜살같은 진행에 문제제기나 질의를 할 수 없었다. 간선제 규정 제 27조(당선) ①항 “~ 제적대의원 과반수 출석에 출석대의원 과반수 득표로 당선된다.”조항을 적용하지 않으려고 저들은 이미 만반의 준비를 해두고 있었다.
만약 당시 투표에 들어가기 전 재석대의원 수 확인을 요청했다면 그 이후 투표에 참여하지 않은 대의원은 정족수는 충족시키지만 기권으로 처리될 수 있었다. 물론 투표를 하지 않았더라도 회의장에 있었다는 것을 확인할 수만 있다면 당연히 기권으로 처리할 수 있었다. 이갑용 후보 선본은 중앙선관위에 초기 의사정족수에서 차이가 나는 숫자는 기권으로 처리하고 투표함을 개표할 것을 요구했다. 결국 이 문제를 놓고 선본은 법원에 가처분을 물었지만 결국 의결정족수인 재석확인이 투표 전인가 후인가 하는 쟁점에서 이미 저들이 쳐놓은 함정을 극복하지 못하고 기각당하고 말았다. 이후 59차 대의원대회 때는 재석확인 후 투표에 들어갈 것을 중앙선관위에 요구했으나 이 또한 거절당했다. 조합원 500명을 대표하는 민주노총 대의원이 특정후보를 낙선시키기 위해 도망을 가고 대의원대회를 유회시켰다. 그러나 저들은 억지로 무산임을 선언하면서 선거자체를 무산시키려 했다. 그런데 59차 대의원대회를 앞 둔 세 후보 경선 과정에서 전국회의 소속후보는 자기 조직 대의원은 도망가지 않고 그 자리에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그들은 기권한 것이고 당연히 의결정족수에 포함된다. 중앙선관위는 의결정족수 미달로 선거무산과 재선거를 선언했다. 정파에 속해 있으면서 도망간 대의원들은 당연히 중앙선관위의 입장과 교감하고 있었을 것이다.
58차 대의원대회가 의사정족수가 충족되어 회의를 시작했으나 도중에 과반수의 대의원이 남아 있지 않은 상황은 대의원 무산이 아니라 유회다. 무산은 처음부터 의사정족수가 성립하지 않았을 때를 말한다. 그것을 잘 알고 있는 중앙선관위가 대의원대회(선거)를 무산으로 간주하고 재선거를 선언한 것이다. 위원장 선거 역시 임원선출이라는 안건이다. 그러나 이들에게는 이갑용 후보를 낙선시키는 것이 목표였기 때문에 폭력적인 결정을 해나갔다. 중앙집행위와 중앙위원회를 열어 중앙선관위의 유권해석이 옳다고 손을 들어주었다. 보수정치판 선거도 선관위에 불복하면 1,2,3심의 법원을 거치고 경우에 따라서는 헌법소원까지 하는데 민주노총은 규정에 따른 행정해석을 그쳐야 할 중앙선관위가 무소불위의 유권해석의 권리를 가지고 권력 찬탈을 공모한 것이다.
직선제나 간선제 할 것 없이 민주노총 통합선거관리 규정에는 최종적으로 남은 한 후보에 대한 신임투표에서 당선자가 없으면(부결되면) 재선거를 실시하고 “기존출마자(낙선자)”는 다시 등록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중앙선관위가 할 일은 다시 대의원대회를 통해 이갑용 후보의 ‘당선’과 ‘낙선’을 결정하는 재투표를 실시해야 했다. 57차, 58차 대의원대회를 통해 이갑용 후보는 당선되지도 낙선되지도 않았다. 그러나 비상대책위와 중앙선관위는 완강하게 자신들의 입장을 고수했다. 만약 선거가 무산되었다면 이갑용 후보는 재출마할 수 없다. 그런데 중앙선관위는 이갑용후보가 58차 대의원대회 임원선거에 출마할 자격이 있다고 인정했다. 이 때 이갑용 후보 입장에서는 재출마가 아니라 재투표를 요구하며 싸워야 했다. 그러나 민주노총 중앙집행위와 중앙위원회는 다수의 산업노조, 연맹을 중심으로 우파세력이 장악하고 있었고 바닥으로 떨어진 민주노총 위상으로 치러지는 간선제는 조합원들에게는 먼 얘기일 뿐이었다. 이갑용 선본의 진정성이 알려지는 데는 한계가 뚜렷했다. 억울하지만 다시 대의원들에게 호소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중앙선관위는 자기 멋대로 해석한 규정으로 이갑용 후보도 출마할 자격이 있다고 했다. 만약 규정대로 해석해 앞의 선거가 무산이라면 이갑용 후보는 재출마할 수 없다. 그들도 앞의 대의원대회에서 이갑용 후보에 대한 정상적인 신임(찬반)을 확인하지 못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대의원대회가 유회되어 안건을 처리하지 못한 것이기 때문에 59차 대의원 대의원대회는 당연히 이갑용 후보에 대한 재투표여야 한다고 것도 알고 있다. 그러나 재선거를 공고하고 이갑용 후보를 떨어뜨리기 위해 다른 후보와 경선을 붙이는 것이다. 당선이 임박한 후보를 쿠데타로 밀어 낸 후 다시 경선에 참여시키는 것이다. 다른 후보 입장에서는 다 ‘차려진 밥상에 숟가락’을 들고 끼어든 셈이다. 비상대책위 집행부와 중앙선관위를 내세운 쿠데타 세력은 그들의 정통성을 인정받기 위해 59차 대의원대회에 출마하고 총력전에 돌입한 다. 중앙선관위원 중 한 사람도 선관위원을 사퇴하고 후보로 출마했다.
이갑용 선본 내부 논의에서 재선거에 임하는 것은 저들의 권력찬탈을 인정해 주는 것이기 때문에 논리적으로나 명분상 재투표를 주장하며 싸워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다. 또 58차 대의원대회 유회에 따른 가처분을 둘러싸고도 가처분을 신청할 경우 재선거에 임하지 않거나 재선거에 임하려면 가처분을 취하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다. 그러나 그런 명분은 당시처럼 권력찬탈을 위해 주도면밀하게 민주주의를 파괴하면서까지 음모를 꾸미는 세력에게는 무의미한 일이었다. 그들의 실체가 드러나지 않은 가운데 이갑용 선본만 너무 순진하게 대응하는 것으로 판단했다. 좌파후보를 주저앉히고 폭력적으로 권력을 찬탈하려는 세력에 대응하면서 순진하게 논리나 순리를 말하기에는 이미 그런 것들이 다 짓밟힌 다음이었다. 따라서 모든 대응을 다 해 나가면서 대의원과 조합원대중들에게 알리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다시 재선거에 임하기로 했다. 가처분 기각을 통해 민주노총의 선거관리 업무가 선거관리규정과 회의규정을 제대로 지키지 않는다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권력찬탈을 위해 도망가는 대의원을 기권 처리할 수 없는 상황은 59차 대의원대회 선거진행에도 그대로 지속됐다.
59차 대의원대회 재선거에 이갑용 후보가 출마하지 못하도록 여러 압박이 계속됐다. 57차 대의원 대회 때 선거에 출마했던 후보 진영에서 이갑용 후보에게 메시지를 보내 산업노조·연맹 대표들이 동의하는 무난한 제3의 후보가 있으니 사퇴하라는 압박도 했다. 민주노총 비상대책위 내에서도 그런 의견이 있었다는 얘기가 나돌았다. 이는 단순히 이갑용 후보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이갑용 후보가 좌파후보이고 지난 10년 동안 민주노총과 진보정치를 붕괴시킨 세력과 명백한 선을 긋고 있는 후보이기 때문에 그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한 세력들이 결사항전에 나선 것이다.
선거 막바지인 7월 10일 양성윤 비상대책위원장은 담화문을 통해 “~1800만 노동자의 희망이어야 할 민주노총이 8개월째 선장 없이 항해를 하고 있습니다. 위원장 사퇴와 직무대행 체계, 그리고 비상대책위라는 비정상적인 지도 체제가 계속되었습니다. 현장 조합원들의 절절한 요구에도 불구하고 지도부 선출 위한 두 번의 선거는 무산되었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중앙위원회의 자주적 결정에 반하여 선거결과 판단을 사법부로 끌고 가는 초유의 사태까지 이어지기도 했습니다. 다행히 이번 재선거에는 3개조가 후보로 등록해 선거운동을 펼치고 있으며, 58차 7기 임원선거 가처분신청도 기각되었습니다.~”라는 내용으로 편파적이고 불법적인 선거개입을 하기 시작했다.
이에 이갑용 선본은 즉각 중앙선관위와 비대위에 공문을 보내고 사과와 재발방지 대책을 촉구했다. 중앙선관위는 비대위원장의 담화문이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간주하고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으나 선거 끝나는 날 까지 담화문은 수정되지 않았다. 비상대책위에도 사과와 삭제를 요구했으나 선거 당일까지는 물론이고 지금까지도 버젓이 게시판에 올라 있다. 57차, 58차 대의원대회가 유회 돼 위원장도 선출하지 못하고 2013년 사업과 예산도 통과시키지 못한 ‘초유의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당장 물러났어야 할 비대위원장이란 사람이 선거에 개입한 것이다. 민주노총은 역대 4차례의 집행부 사퇴가 있었다. 그런데 최근 몇 년 사이에 사퇴해야 할 집행부는 사퇴는커녕 뻔뻔스럽게 권력을 찬탈하는 행위도 서슴지 않았다.
선거가 막바지에 돌입하자 2번 후보는 유세 때마다 이갑용 후보가 자격이 없다고 공격했고 3번 후보는 여론을 조작해 불법적으로 문자메시지를 돌렸다. “한석호입니다. 민주노총선거 신승철 유기수 선본 조직팀장을 맡고 있습니다. 내일 선거인데 통합진보당 배타적 지지방침 추진을 내건 전국회의 채규정 후보가 2차에 올라갈 것이 확실합니다. 그런데 상황이 만만치 않습니다. 전국회의 조직표 120에, 통진당까지 전부 나서서 110표를 추가 확보했고 막바지 맹렬하게 작업 중입니다. 그에 비해 우리는 연합군이라 표가 뚜렷하게 확인되지 않고 있습니다. 250에서 300 사이 어딘가에 있을 것으론만 확인됩니다. 동지들 하루 남았습니다. 힘을 모아 주십시오. 주변의 대의원 동지들 한 사람이라도 놓치지 말고 설득해 주십시오. 간곡히 호소 드립니다. (추신) 이갑용 후보의 표에 대해 전국회의는 80표, 저는 120표 정도를 예측하고 있습니다.”
이에 이갑용 선본은 중앙선관위에 문제를 제기했고 시정 조치하겠다는 말만 할 뿐이었다. 민주노총 7기 위원장 선거는 처음부터 좌파후보를 낙선시키고 권력을 찬탈하기 위해 중앙선위와 비상대책위를 앞세워 불법으로 치룬 선거로 기록되어야 할 것이다. 지금 전국 곳곳에서 지난 대통령선거에 국정원이 불법 개입해 박근혜를 당선시켰다고 항의하며 시국선언과 촛불 집회를 하고 있다. 특정 세력이 국가권력을 장악하기 위해 벌인 불법선거와 민주노총 7기 임원선거가 무엇이 다른지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더불어 좌파후보였지만 ‘좌파노동자회’후보였다는 이유로 좌파진영의 어떤 지원도 받지 못한 채 민주노총 내 우파세력들에 맞서 고독한 투쟁을 전개한 것도 매우 역사적인 사건이 될 것이다.
3. 민주노총 우경화로 치달은 재선거
7월 18일 59차 대의원대회 공고와 함께 후보등록이 시작됐다. 이갑용후보도 등록을 마쳤다. 이갑용후보로서는 등록이 아니라 대의원들로부터 단독으로 신임을 묻는 재투표성격이었다. 등록 겨로가 3파전으로 선거가 치러졌다. 기고 1번 좌파노동자회 이갑용, 기호 2번 전국회의 채규정, 기호 3번 소위 ‘신중앙파’라 불리는 신승철 후보가 등록했다. 기호 2번은 통합진보당에 대한 배타적 지지를 분명히 하면서 “투쟁의 한 길로 갈 길은 간다.”고 했고, 기호 3번은 “민주노총을 바로 세우자.”고했다. 지난 10여년 동안 민주노총을 집행해 온 패권세력들이 결코 민주노총을 놓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두 후보 모두 이갑용의 낙선을 목표로 했다. 좌파노동자회, 좌파는 안 된다는 게 그들의 선거모토였다. 이갑용 후보는 두 차례 선거무산을 겪으면서 민주노총의 민주누의가 붕괴되었음을 절감했다. 그래서 “민주노총의 민주주의를 지키겠습니다.”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다시 선거운동을 시작했다.
2번 후보는 이미 전국회의가 지난 3월 20일 57차 대의원대회를 무산으로보고 이갑용후보가 대의원의 심판을 받았다고 주장한 대로 사퇴를 압박하면서 선거운동을 시작했다. 또 작년 좌파노동자회가 노동운동의 새로운 방향으로 ‘좌파노총’을 제기한 것을 염두에 두고 ‘왼쪽이든 오른쪽이든 다른 노총을 꿈꾼다면, 갈 테면 가라.’며 분명한 대립각을 세우고 있었다. 그러나 전국회의는 지난 10년간 민주노총이 지금처럼 바닥으로 떨어진 데 대한 책임을 져야 할 세력이다. 투쟁을 방기하면서 노동법을 개악하고 노동자를 탄압한 세력과 야권연대를 추진하면서 진보정치의 붕괴를 초래한 책임이 있다. 그들은 민주노총 집행 권력을 잡은 이래 뇌물비리로 인한 수석부위원장 구속과 집행부 사퇴, 민주노총 내 성폭력사건과 집행부 사퇴 그리고 패권으로 인한 민주노동당 분당과 선거부정으로 얼룩진 통합진보당 사태에 대해 책임도 있다. 그런 책임을 물어 이번 선거에 출마하지 말았어야 한다고 하자 3번 후보는 전국회의 회원이 민주노총 위원장에 출마한 것은 처음이라고 강변했다. 오히려 이갑용 후보를 향해 옛날 골리앗 투쟁의 이갑용이 아니니 사퇴하라고 공격했다.
3번 후보는 “분열과 패권은 이제 그만”이라는 구호를 내세우며 민주노총이 정파로 갈라져 이 모양이 됐다고 호소했다. 서로 지향하는 바가 다른 사람들이 뭉친 것이 정파다. 이들은 정파를 분열로 몰아간다. 흩어져 있는 사람들이 의미 있는 활동을 위해 정파로 모이는 것은 단결이지 분열이 아니다. 생명체는 세포가 분열함으로써 성장 발전한다. 굳이 분열이 부정적으로 들린다면 ‘발전적’ 분열이던가 아니면 ‘분화’라고 하면 된다. 정파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노선도 없이 오직 권력에만 눈이 멀어 이합집산하는 붕당으로서의 패거리 종파가 문제이지 정파가 비난받아야 할 이유가 없다. 인간의 역사에서 정파를 제거한다면 역사는 없다. 따라서 민주노총 내 어떤 정파가 어떻게 활동했는지를 대중적으로 평가할 문제이지 정파를 문제 삼는 것은 매우 유치한 발상이다. 그런데 자기들도 정파이면서 정파가 문제라는 식으로 비아냥대는 세력의 더 큰 문제는 자신들도 정파활동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3번 후보는 정책토론회에서 2번 후보가 신중앙파라고 공격하자 ‘민주노총파’로 불러달라고 했다. 3번 선본의 조직팀장은 불법으로 보낸 선거 메시지에서 자신들의 조직을 ‘연합군’이라 불렀다.
59차 대의원대회는 세 후보가 출마한 탓인지 전체 대의원 940명 중 75.5%인 711명이 참석했다. 58차 대의원대회 때보다 250여명이 더 참가했다. 58차 대의원대회에 부득이하게 참석할 수 없었던 대의원도 있었겠지만 가장 중요한 이유는 이갑용 후보를 낙선시키기 위한 조직적 불참이라 할 수 있다. 그들이 진정으로 조합원 500명당 한 명을 대표하는 대의원으로서의 자격이 있다면 2013년 사업계획과 예산을 통과시키기 위해서라도 당연히 참석했어야 했다. 좌파 후보인 이갑용을 지지하지 않으면 반대표를 던지거나 기권하면 된다. 그러나 이들은 이갑용을 낙선시키기 위해 조직적으로 불참함으로써 쿠데타를 행사한 것이다. 만약 국회에서 새해년도 예산을 심의 통과하는 자리에 국회의원이 불참했다면 엄청난 비난과 함께 사퇴를 촉구했을 것이다. 이런 쿠데타 세력에 의해 민주노총 좌파 위원장은 권력을 찬탈당하고 말았다. 이것이 우파의 혁명인가? 왜 민주노총이 죽었다고 하는지 모르고 있다. 죽었으므로 알 리가 없다. 산 자들이 다시 노동운동을 살려내야 한다.
7월 18일 열린 59차 대의원대회, 이갑용 후보는 마지막 유세에서 비록 소속 대의원이 5명에 불과한 좌파노동자회 후보이지만 표를 구걸하지 않고 끝까지 당당하게 선거에 임했다. 세 후보 유세가 끝나고 투표가 시작됐다. 투표 결과 기호 1번 이갑용 후보 224표(31.5%), 2번 채규정 후보 187표(26.3%), 3번 신승철 후보 288표(40.5%)로 나타났다. 3번이 불법적으로 돌린 메시지에는 이갑용 후보에 대한 지지를 80표, 120표로 낮게 잡고 이갑용 후보의 낙선을 유도하는 마타도어를 퍼뜨렸지만 이와는 비교할 수 없는 224표를 얻었다. 결선투표 결과 투표대의원 702명 중 신승철 후보 457표(65.1%), 이갑용 후보 235표(33.5%)로 결말이 났다. 채규정 후보를 지지한 표 중 169표가 신승철 후보에게 갔고 이갑용 후보에게 온 표는 고작 11표에 불과했다. 경선 투표 돌입하기 전 전국회의는 메시지를 통해 신승철 후보에 투표할 것을 지침으로 내렸다고 전해진다.
역시 지난 10년간 민주노총 권력을 장악해 온 세력들은 통합진보당 선거부정과 분당 사태 이후 결별되는 것처럼 보였지만 결국 이번 7기 민주노총 위원장 선거에서 완벽하게 만나게 됐다. 민주노동당 시절에는 민주노총에서는 다른 길을 걸었지만 의회권력을 나눠먹기 위한 공생관계로서 전국회의와 중앙파는 한 공간에 있었다. 그러나 2008년 민주노동당 분당으로 결별했다. 2012년 통합진보당 사태로 전국회의와 국민파의 결별이었다. 이번 민주노총 7기 위원장 선거에서는 전국회의와 결합했던 자민통비주류+국민파가 먼저 중앙파와 연합군을 형성해 1등을 했다. 그리고 결선 투표에서 좌파후보를 낙선시키기 위해 전국회의와 최종 연합했다. 그래서 우파와 중앙파의 연합권력이 완성됐다. 이제 민주노총은 그 동안의 긴 혼란을 마감하고 평화로운 권력연장을 꾀할 수 있을 것 같다. 중도좌파인지, 중도파인지, 아니면 중간파인지 구분할 수 없었던 세력들이 이번 선거를 통해 범 우파세력을 형성했으니 오히려 민주노총 내 혼란을 잠재울 수 있을 것이다. 현재의 대의원 구조로 못할 것이 없다. 민주노총 직선제도 또 유예하고픈 유혹이 생길 것이다. 그들 다수가 항상 솔직하게(?) 말했던 민주노총 직선제는 사실상 싫고 불가능하기도 하기도 하지만 명분상 드러내놓고 말할 수 없었는데 이제는 그런 쿠데타를 다시 한 번 시도할 지도 모른다. 그들은 가슴을 쓸어내리며 간선제에서도 좌파에게 권력을 넘겨 줄 뻔 했는데 직선제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는 걱정이 앞설지 모른다. 좌파는 항상 감시하고 우파들의 반동에 맞선 투쟁을 준비해야 한다.
4. 계급적 좌파노동운동을 향해
140일 동안 진행됐던 민주노총 7기 임원선거가 막을 내렸다. 누구는 ‘우여곡절’이니 ‘파행’이라 했지만 실제는 민주노총에서 어떻게 민주주의가 ‘붕괴’되고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결과적으로는 다 된 밥상에 숟가락을 올렸던 신승철 후보가 압도적인(?)표 차이로 당선되었고, 이갑용 후보는 아닌 밤에 홍두깨를 얻어맞은 격으로 권력을 찬탈당하고 말았다. 물론 신승철 후보는 합법적으로 당선됐다. 박정희가 쿠데타를 통해 민주정부 대통령을 몰아낸 불법과 직접 국민투표에서 대통령에 당선 된 합법 같은 것일 수 있다. 여기서 그런 역사적, 철학적 논쟁 같은 것은 생략하기로 한다. 그렇게 드라마는 비극적으로 끝났다. 그들은 가축들이 평화롭게 뛰어놀던 땅에 야생동물이 뛰어들어 헤집고 다니는 바람에 혼비백산이었다. 그래서 그들은 연합군을 형성해 모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포획에 나섰다. 그물, 몽둥이, 총기, 온갖 악법과 제도까지 동원해 한 마리 산짐승을 포획하고 잔치를 벌였다. 이제 다시는 좌파가 날 뛰지 못하도록 더 큰 연합군을 형성할 것이다. 서로에게 전시작전권을 양보하면서 권력의 향기를 새삼 느낄 것이다.
87체제로서의 민주노조운동은 민주노총 7기 임원선거와 함께 막을 내렸다. 민주노총 민주주의가 여실히 붕괴된 것을 확인한 대의원 간간선제 임원선거도 규약 상으로는 이번이 마지막이다. 역사의 유물이 될 지 유령처럼 다시 살아날 지는 좌파세력의 직선제를 쟁취하기 위한 투쟁 강도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변혁적 계급적 노동해방운동을 말하는 것이 이제 부질없거나 부끄러운 일이 된 지 오래다. 민주노총 집행부는 더 이상 계급적 투쟁을 통한 변혁의 중심이 아니라 관리체제 이상을 넘어서지 못한다. 민주노총 중앙은 노동운동에 대한 배신과 출세주의자들의 터전이 되고 말았다. 최근의 민주노총 임원 선거는 투쟁과 혁신의 집행부를 선출하는 절차가 아니라 계급적 좌파후보의 진입을 막는 방어벽이 되고 있다. 오직 정체불명의 통합후보군에 발을 들여놓는 것 말고는 아무런 의미가 없게 됐다. 그렇다고 우파들의 잔치를 쳐다보며 비난만 하는 것만으로 문제가 해결되지도 않는다. 민주노총 선거는 계급적 좌파노동운동이 부딪쳐야 할 과정이다. 좌파노동자회는 작년 직선제 쟁취 투쟁부터 시작해 140일간의 민주노총 위원장 선거까지 거의 1년여 동안 구체제와 투쟁을 전개했다. 그런 열정으로 계급적 좌파노동운동을 펼쳐나가야 할 것이다. 좌파는 자본을 포함한 모든 우파세력에 맞서 투쟁해야 한다.
(월간 좌파 4호, 2013년 8월호, 게재 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