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서울도시철도공사 기관사 자살사건관련 궤도협의회 성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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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지하철노동조합협의회 성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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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시 발생된 한 기관사의 죽음...
여전히 방치되고 있는 죽음을 부르는 근무환경과
그 속에 놓여진 대책 없는 시민안전!
박원순 서울시장은 문제의 근본 원인을 해결하고,
김기춘 사장과 이희순 운영본부장을 즉각 파면하라!
지난 10월 18일 故 정재규 기관사가 자택에서 자살하여 주검으로 발견되었다. 올해 초 故 황선웅 기관사 사고의 아픔이 채 가시지도 않은 상황에서 발생된, 그래서 더 충격적이고 더 이상의 죽음을 막지 못한 것에 대한 안타까움과 슬픔이 배가 되는 사건이다.
고인은 4년 전 우울증 치료를 받은 적이 있었고 올해 9월부터 증상이 악화되어 회사근처 정신과에서 치료를 받고 있던 중이었다. 전에는 웃음이 많고 사람 만나는 것을 좋아하던, 늘 따뜻한 사람이었는데 서울도시철도공사에 입사한 후 많이 달라졌다고 한다.
정신과 상담내용과 직장동료와 유가족들의 말에 따르면 고인은 평소 기관사가 어찌할 수 없는 각종 민원에 따른 관리자들의 닦달, 수동운전, SR전동차, 7호선 전동차 4개 차종적응 등의 어려움에 시달려 왔고, 근무시간외 봉사활동 강요와 이에 따른 성과급 불이익 때문에 심적으로 매우 힘들어 했다고 한다. 2007년에 입사했지만 철도청 근무경력과 동료보다 나이가 7~8살 더 나이가 많아 후배기관사들을 무시하고 괄시하는 관리자들에 대해 연장자로서 뭔가를 해줘야 한다는 생각을 평소에 갖고 있었다고 한다.
기관사들의 자살은 직무스트레스와 관련이 높다. 어두컴컴한 지하환경, 장시간 운전과 불규칙한 생활에 따른 피로, 시간에 대한 강박도 중요한 직무스트레스이다. 그러나 2013년 건강검진 결과에서 지적했듯이 직장 내 상사 동료와의 갈등인 “관계갈등”, 정해진 규정에 따라야만 하는 “직무자율성”, 노력에 대한 정당한 대가인 “보상부적절”이 물리적 환경 못지않게 자살사고에 높은 영향을 준다. 도시철도의
조직문화, 관리자들의 행패가 기관사 자살에 주요한 원인으로 지목된 것이다.
이러한 기관사의 정신적 스트레스, 공황장애 등의 문제는 2005년 JR서일본철도의 후쿠야마선 탈선사고(107명 사고 562명 부상)에서 드러나듯이 시민안전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기관사는 하루에도 수 만 명의 시민이 이용하는 기관차를 직접 운전하는 사람으로서 시민 안전과 직결된 노동을 수행하고 있다. 노동자의 안전과 건강권이 확보되지 않으면 시민의 안전도 위협받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시민의 안전을 가장 가까운 곳에서 직접 책임져야 하는 기관사들이 우울증, 공황장애 등에 시달리며 고통 받고 있는 현실은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서울도시철도노동조합은 1년 6개월 전 故이재민 기관사의 죽음과 9개월 전 故황선웅 기관사의 죽음을 겪으며 책임자 처벌, 조직문화 쇄신을 다짐하며 투쟁해왔다. 그러나 반복되는 기관사들의 안타까운 죽음에도 공사는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다. 근본적인 사고원인을 밝히고 재발방지에 노력해야 할 서울도시철도공사 김기춘 사장과 운영본부장은 자기 자리보전에 눈이 멀어 사고 순간만 회피하기에 급급했다.
승무 현장의 조직문화는 여전했다. 노동조합에 적대적인 노무관리가 자신의 모든 것이라는 오도된 생각을 가진 관리자들이 기생했고 경영진은 이를 조장했다. 연속 자살 사고에 배경에는 폭압적인 조직문화, 악질적인 노무관리가 늘 존재했던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는 故정재규 기관사의 죽음으로 돌아왔다!
우리는 이번 사고를 겪으면서 서울도시철도공사의 태도에 분노를 넘어 경악을 금치 못한다. 공사는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고인의 경제적 어려움, 재판 등을 언급하며 개인적 어려움에 따른 단순자살로 몰아갔다.
김기춘 서울도시철도공사사장은 10월 22일 서울시 국감에 증인으로 참석하여 연이은 기관사 자살의 대책으로 내놓은 것이 완전자동운전(무인운전) 실시와 고인의 경제적 어려움에 따른 재테크가 원인이라는 식의 답변을 함으로써 다시 한 번 유가족의 가슴에 대못을 박았다. 고인은 어떠한 경제적 어려움도 없었으며, 임박한 재판 역시 스트레스, 우울장애에 따른 또 다른 자살시도 사건으로 인해 벌어진 일일 뿐이었다.
4월 특별임시건강검진에서 이상이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에 문제없다는 태도 또한 잘못이다. 공사의 주장대로라면 4월 검진이 수박 겉핥기이거나, 자신의 상태를 드러냄으로서 받을 불이익을 염려한 강압적인 조직문화 때문이다. 지난 1년간 서울도시철도에서는 자살을 떠올린 ‘자살사고군’ 기관사는 33명에 이른다. 일반인에 비해 5.6배 높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유병률에, 일반인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높은 공황장애 유병률을 갖고 있다.
서울시도 세 분의 죽음 앞에 자유롭지 못하다. 서울시는 기관사들의 절규를 외면하고 책임자 처벌, 인적 쇄신 문제는 외면하였다. 그뿐만 아니다. 전문가들로 구성된 서울시 산하 최적근무위원회 7개 권고사항 중 단 하나도 수용하지 않았다. 그렇게 기관사들의 요구를, 전문가들의 권고를 무시하다보니 박원순 서울시장 아래에서 3명의 소중한 목숨을 잃어야만 했다!
전국철도지하철노동조합협의회에서는 고인의 명예회복과 실효성 있는 유족 대책 마련, 연이은 기관사 자살 재발방지를 위해 투쟁할 것을 다짐하며 서울시와 박원순 시장에게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하나, 박원순 서울시장은 3명의 기관사 목숨에 대한 책임을 져라!
하나, 1년 6개월 동안 세 기관사의 죽음에 이르게 한 책임을 물어 김기춘 서울도시철도사장과 이희순 운영본부장을 파면하라!
하나, 최적근무위원회 7개 권고사항을 수용하라!
하나, 지하철안전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노사정 안전위원회의 조속히 구성하라!
2013. 10. 24.
전국철도지하철노동조합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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