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가 안주면 그만? '통상임금 갈등' 곳곳 진행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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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통상임금 이름으로 검색 댓글 3건 조회 2,285회 작성일 17-06-18 16:33본문
[대법원 판례 3년반 후, 200여 기업 노사 소송중…회사가 안주면, 소송해 이겨야 가능]
2013년 12월 통상임금에 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로 이를 둘러싼 논란이 해결점을 찾는 듯했다. 하지만 3년 6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통상임금 전쟁'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2020년까지 최저 시급을 1만 원으로 올리겠다고 공약하는 등 노동계에 힘을 실어주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기존 통상임금 갈등조차 풀지 못한 곳이 많다.
18일 관련 업계와 법조계 등에 따르면 현재 200여개 기업 노사가 통상임금 관련 소송을 진행 중이다.
통상임금은 '근로기준법 시행령'으로 정한 기준임금을 말한다. 대법원 판결 이후로 정기성·일률성·고정성을 갖춘 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한다.
원칙적으로는 새 기준에 따라 그간 기존 방식으로 산정했던 임금을 다시 정산해 지급해야 한다. 하지만 이 부분에 소송이 집중되고 있다. 같은 사건의 1심 판결과 2심 판결이 엇갈리는 경우도 잦다.
2011년 10월 소장이 접수된 기아자동차 통상임금 판결은 최근 다시 한 번 미뤄졌다. 5월 25일 최종판결이 날 것으로 예상됐지만 추가 변론이 잡혔다. 기아차 노조의 청구금액만 6657억원, 판결에 영향을 받는 근로자만 약 2만8000명에 이르는 대형 판결이다. 기아차 입장에선 이자 비용까지 감안했을 때 1조원 이상의 비용부담이 생길 수 있다.
5월 열린 기업은행 통상임금 소송 항소심에선 원고 패소 판결이 내려졌다. 재판부는 "정기상여금은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1년 전 열린 1심에선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판단했었는데, 1년 만에 엇갈린 판결이 나왔다. 이 소송을 청구한 기업은행 직원 1만1202명의 희비도 엇갈렸다.
대법원 판결에서 도입된 '신의성실의 원칙(신의칙)' 법리가 갈등의 불씨가 됐다. 신의칙은 상대방의 정당한 이익을 고려하고 상대방의 신뢰를 저버리지 않도록 행동해야 하고, 서로 형평에 어긋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통상임금 판결 이후 노조가 기존 노사 합의 내용을 무효라고 주장하며 추가 수당을 소급해 요구했을 때 기업이 큰 타격을 입을 수도 있다며 대법원이 도입한 법리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신의칙이 다소 추상적인 기준인데 아직 판결 사례가 많지 않다"며 "몇 차례 일관성 있는 판례가 쌓여 일관성 있는 기준을 제시해야 법적 안정성이 확보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행법상 소송을 걸어 승소한 근로자들만 임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 구조도 문제로 지적된다. 회사가 자발적으로 통상임금 정산분을 지급하지 않으면 근로자가 소송을 제기하고 승소해야만 돌려받을 수 있는 상황이다.
최근 홈플러스 사례처럼 통상임금 정산기준을 퇴직자에게는 아예 알리지 않은 경우도 나온다. 해당 정보를 모르는 퇴직자는 신청만 하면 받을 수 있는 돈을 못 받게 되는 꼴이다.
노무법인 'ON' 서장원 노무사는 "기업 스스로 통상임금 문제를 바로 잡고 가겠다는 의지가 없는 한 근로자가 권리를 챙기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문제는 통상임금 법제화로 해결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박 교수는 "판례를 알고 권리를 요구하는 근로자만 혜택을 받는다는 건 문제가 있다"며 "수많은 기업들이 아직도 통상임금의 취지를 실현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 교수는 "판결은 기본적으로 '케이스 바이 케이스'(각각의 사례에 따른 것)로서 명시된 법은 아니다"며 "결국에는 통상임금과 관련한 명시적 규정이나 법을 둘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