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이야기2009/04/10 19:01



부산지하철노조가 7명의 블로거들과 함께 장애인이동권을 취재했습니다. 장애인 한 분의 이동경로를 따라 부산지하철 역무조합원 두 분이 활동을 보조하고, 블로거 둘이 취재를 했습니다. 이렇게해서 구성된 취재팀은 모두 4개. 부산지하철노조블로그는 그중 전동휠체어를 사용하는 정선옥 장애인참배움터교장선생님을 따라 움직였습니다.

4월 4일 오전 11시30분 부산지하철 1호선 신평역에서 정선옥선생님 취재팀 5명이 역무원이 정선옥선생님 이동을 도울 리프트를 준비하는 걸 기다리던 중이었습니다. 바로 뒤에 또 다른 장애인이 한 분이 나타났습니다. 40대 후반의 이분은 전동스쿠터를 타고 있었습니다. 정말 우연이었습니다. 처음엔 애초 행사를 같이 기획했던 장애인단체에서 취재를 돕기위해 한 분을 더 초청한 걸로 생각했습니다. 물어보니 취재와 상관 없이 개인적인 일로 신평역에 나온 분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분은 정선옥선생님이 올라타는 리프트를 보고 난감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알고보니 신평역의 리프트로는 이 분이 타고있는 전동스쿠터를 이동시킬 수 없었습니다. 남자장애인이 탄 스쿠터는 정선옥선생님 전동휠체어 길이의 1.5배로 수동휠체어에 맞게 설계된 신평역의 구형리프트의 좁은 이동판에는 올릴 수가 없었습니다.

처음 도입된 지하철역사의 리프트는 수동휠체어에 맞추어 제작되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사이 장애인들의 탈것이 휠체어에서 스쿠터로 많이 바뀌었습니다. 장애인 뿐 아니라 거동이 불편한 노인분들도 전동스쿠터를 많이 타고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면서 최초 도입된 리프트들이 스쿠터를 탄 장애인과 노약자들에게 무용지물이 된 것입니다. 

바로 지하철을 앞에두고 타지못하는 이 분의 상황이 안타까웠습니다. 역무원에게 이분이 이 역에서 이동할 방법이 전혀 없냐고 물어봤습니다. 그 말을 듣자 역무원이 큰일 날 소리한다는 표정이었습니다. 남자 분이 타고 온 스쿠터는 100키로를 넘었고 스크터를 타고 있는 남자와 합하면 이동해야할 무게는 180키로 정도가 됩니다. 180키로의 물체를 안전판을 고정하지 않은 채 진동이 적잖은 리프트에 실어 이동한다는 것은 있어선 안되는 일이었습니다. 잘못되어 리프트에 문제라도 생기면 리프트에 올라탄 장애인도 위험하지만 그걸 고정시키려 잡아야 하는 역무원도 위험합니다. 그보다 가벼운 전동휠체어를 탄 정선옥님도 구형리프트의 진동이 항상 불안하다고 얘기했습니다.

이 남자분이 지하철을 타려면 다음 역인 하단역으로 가야합니다. 거기 설치된 리프트는 스쿠터를 이동할 수 있습니다. 이 분도 정선옥선생님처럼 다대포에서 왔습니다. 다대포에서 신평역까지는 약 7km의 거리로 택시로 15분이 걸립니다. 아마 이 분의 스쿠터로 집에서 신평역까지 오는데 30분은 족히 걸렸을 겁니다. 이제 다시 1.7km 정도 떨어져 있는 하단역으로 가야 하는데 여기서 또 다른 걱정거리가 생깁니다. 생각지 못한 이동시간이 몇 십 분 추가되면서 배터리에 문제가 생기는 겁니다. 이 분 말씀으로는 전동스쿠터 배터리가 3시간 정도 지속되는데 하단역에서 집까지 왕복하고 교대앞역에서 목적지까지 이동하면 좀 걱정이 되지 않을 수 없다고 합니다. 그 전에도 길에서 스쿠터가 서는 바람에 119를 부른 적이 있었다고 합니다. 

장애인이동권취재를 위해 만난 장애인자립생활센터 제청란 사무국장님도 전동이동보조기구의 배터리 부족 때문에 곤란을 겪는 장애인들이 있다는 얘기를 했습니다. 지하철로 이동 중에 배터리가 부족한 경우엔 가끔 지하철 역무실에서 충전을 하기도 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지하로에서 그대로 노출된 채 전동보조기에 전기를 꼽고 하염없이 대기하는게 장애인들에겐 보통 곤욕이 아니라고 합니다. 장애인들일 수록 타인의 시선에 민감한 편이라고 합니다. 제청란사무국장님은 수유실처럼 역의 한 편에 장애인 충전실을 겸한 공간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을 내비쳤습니다. 

부산지하철 1호선엔 아예 리프트가 없는 역도 있습니다. 대티역과 구서역에는 리프트가 아예 설치되어있지 않습니다. 지하철 부산역에 대해서도 장애인들은 불만이 많았습니다. 부산의 관문인 부산역에 엘리베이터가 없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부산을 찾는 타지의 장애인들은 일부러 부산역이 아닌 구포역에서 내려서 부산에 도착한다고 합니다. 제청란 사무국장은 해외에서 장애인이 방문할 때 부산역이 아닌 구포역으로 안내한다고 얘기합니다.  


스쿠터를 타고 신평역에 온 남자 분은 정선옥선생님이 리프트 타는 걸 난감한 표정으로 바라보다 결국 하단역으로 스쿠터를 돌렸습니다. 이 분은 3년만에 처음 신평역 쪽에 나와본다는 얘기를 덧붙이셨습니다. 아마 스쿠터를 이용하는 장애인으로서 편의시설을 미리 알아보고 나오지 못했다는 지적에 대해 해두는 얘기인 듯 했습니다. 그 사이 역의 편의시설이 좀 달라졌다 기대를 하고 나온 것이었습니다. 이동하기 위해 역마다 편의시설을 확인해야 하고 그걸 체크하지 못한 것에 미안해하는 이 분의 모습에서 한국의 장애인들의 답답한 현실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지하철과 버스는 도시의 가장 기본적인 교통수단입니다. 적어도 버스와 지하철은 장애인이 특별한 준비를 하지 않고도 언제든 편하게 이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 한국의 교통수단이 그렇게 되기까지 몇년이 걸릴지 생각하니 이날 만난 분들이 몇년이 지나야 편하게 지하철과 버스를 타고 다니실 수 있을지 생각하니 가슴이 갑갑해져 옵니다.

오늘 3년만에 찾은 신평역 승강장에 지하철을 타지 못한 이 남자분은 다시 3년 뒤엔 신평역에서 지하철을 탈 수 있을까요? 의문입니다.



아래는 이날 장애인이동권체험행사를 취재했던 국제신문 기자의 기사입니다. 국제신문의 기자도 신평역을 이용하지 못하는 이분의 모습을 지켜봤습니다.   

부산지하철 '이동권 체험' 행사…리프트·휠체어용 턱 등 허점 많아

지난 4일 오전 11시30분께 부산 사하구 신평동 지하철 신평역 입구. 전동휠체어를 탄 40대 남성 장애인이 난처한 표정으로 지하철 리프트 앞에 멈춰섰다. 전동휠체어는 몸체 길이가 수동식휠체어의 1.5배여서 리프트에 탑승할 수 없었던 것이다. 엘리베이터가 없는 한 역무원이 사람과 휠체어를 동시에 안아 옮겨주는 방법밖에는 도리가 없다. 이 남성은 "최근 장애인을 위해 갖가지 지하철 시설이 개선되고 있지만 여전히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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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부산지하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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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04/11 11:26 [ ADDR : EDIT/ DEL : REPLY ]